122세 할머니의 장수비결!
로빈은 1970년대 프랑스 아를에 있던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에 처음 들어섰을 때, 그곳에서 정신이 흐릿한 데다 눈멀고 귀먹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할머니를 만나리라 예상했다. 어쨌든, 잔 칼망은 당시에 117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잔 칼망의 방문을 여는 순간 로빈은 놀라고 말았다. 잔 칼망은 힘차고 매우 또렷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기 때문이다. 잔 칼망은 늙었을지언정 쇠약하지는 않았다.
칼망은 결국 인간의 장수 기록을 세웠다. 정확히 122년 164일 동안 살았다. 로빈은 장수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칼망에게 물었다. 칼망은 그럴 때마다 어깨를 으쓱하며 하느님이 자신을 데려가는 걸 잊으신 모양이라고 말하곤 했다.
‘우리가 연구한 100세 이상 되는 사람들은 대략 900명이었습니다. 비결이 사방에 널려 있었죠. ‘나는 14살 때부터 시작해 줄곧 일을 했다오. 그게 내 장수 비결이지.’ 또 어떤 분은 그러시더군요. ‘내 평생 일을 한 적이 없어. 그게 내 장수 비결이지.’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비결이란 없는 거예요.“ 로빈의 말이다.
칼망은 남편 페르디낭과 행복했다. 두 사람은 거의 반세기 동안 결혼 생활을 했다. 칼망은 나중에 남편과 함께한 시간은 좋은 기억만 있었다고 말했다. 남편이 ‘완벽한 남자’라 말했고 사별 후에는 재혼을 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칼망 보다 일곱 살 위였는데, 1942년 73세의 나이로 죽었다.
110세에 양로원에 들어가는데 동의하면서, 칼망은 세 가지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호텔식 침대 정돈 서비스를 제공해줄 것, 매일 다른 사람들보다 15분 먼저 일어나 몸단장할 시간을 갖게 해줄 것, 정신과 의사를 ‘자기’라고 부르도록 허락해줄 것. 그렇다. 칼망은 제멋대로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낙관주의 자였는데, 로빈은 이 점이 칼망이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추측한다. 칼망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 부류로 나눴다고 한다. 첫째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은 그냥 잊어버려야 한다.
칼망의 가족 가운데서 전례 없는 수의 장수자를 찾아냈다. 17세기와 18세기에는 대단히 장수했다고 할 수 있는, 80세를 넘긴 사람들 55명 가운데 칼망의 가족이 13명이나 됐다. 우리의 수명은 대략 20~25퍼센트만이 유전에 따른 것이다.
칼망은 110번째 생일이 한참 지나 2년 정도 담배를 피웠을 뿐이고,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하룻밤에 한 대를 피우는 정도였다. 칼망은 언론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곤 했다고 로빈에게 털어 놓았다. 게다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셔대는 100세 넘은 장수자란 좋은 기삿거리인 법이다. <뉴욕 타임스>도 속아서 칼망이 ‘5년 전에야 담배를 끊었다.“ 부고 기사에 썼다.
칼망은 굳세고 반항적이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독립심이 매우 강했다.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아마도 칼망이 통제 불능이어서 칼망의 아버지는 어디든 감독하는 사람이 없이는 가지 못하게 했다. 결혼 후에는 헬리콥터 비행, 스키, 그 밖에 뭐든 새로운 걸 시도하길 좋아했다.
고대 철학자 가운데는 사람마다 평생 호흡하는 수나 심장이 뛰는 수가 정해진 채 태어나기 때문에 그걸 다 써버리면 죽는다고 믿는 이들이 있었다. 이런 사고방식이 허무맹랑한 것만이 아님을 현대과학은 보여준다.
텔로미어를 둘러싼 소동
비록 한정된 게 호흡수나 심장 박동수는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가 소진하는 건 텔로미어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서 보호 덮개 역할을 하는 DNA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각 염색체의 텔로미어를 구성하는 DNA의 염기쌍을 대략 1만 쌍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우리 체내의 세포 하나가 분열할 때마다 50~200쌍의 DNA를 잃는다. 게다가 DNA의 다른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텔로미어는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된다. 이것이 결국 노화로 이어진다. 텔로미어의 크기를 감안하면, 코끼리는 평균의 쥐보다 암에 걸릴 위험도가 약 100만 배 높아야 한다.
세포수가 많을수록 그 일부가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끼리가 암에 걸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아마도 짧은 텔로미어로 인해, 그리고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릴 수 있는 말단소체복원효소라고 하는 효소의 활성화가 억제됨으로써 암이 예방된다. 우리는 말단소체복원효소를 활성화한다고 주장하는 건강보조제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 약을 복용하면, 어쩌면 노화속도를 줄일 수 있겠지만 그 부작용으로 암에 걸릴지도 모른다. 생물학에서 흔히 그렇듯, 텔로미어는 암의 억제와 퇴행성 질환 사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지나친 단순화는 위험할 수 있다.
건강보조제 섭취와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이 미국만 해도 매년 5만 건씩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2013년 약물로 인한 간 손상 사례의 20퍼센트가 약초 및 건강보조제 때문이었다.
운동은 수명을 늘리는 좋은 방법이다. 나는 가족에게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들볶는다. 신체 단련이 사망률을 23~33퍼센트 낮추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고 일주일에 몇 번 헬스장에 가며 술을 적당히 마시고 금연하는 등 건강에 좋은 습관을 몇 가지 더하면 사망 위험도를 66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
110세가 넘게 살았던 잔 칼망은 글루텐 프리 식품이나 슈퍼푸드에 집착하지 않았다. 삶을 최대한 즐기길, 삶을 만끽하길 바랐다. 나는 잔 칼망을 닮으려, 낙천성을 가지려 노력할 수 있다. 그 결과 오래 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122세는 안 될지 모르지만, 아마도 90세나 95세는 가능하지 않을까?
채소와 과일을 하루에 5인분씩 먹고 일주일에 2시간 30분씩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한다면 정말로 좋을 터이다. 하지만 마음가짐, 친구관계, 공동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다른 방향에서 건강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 그 효과는 최고 건강 중독자의 생활 방식 보다 더 확실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채식주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남성은 평균 9.5년, 여성은 평균 6.1년 더 오래 산다. 매일 식단에 붉은 살 육류를 보통 먹는 양보다 85그램 더 추가 해 넣으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이후 20~30년 동안 16퍼센트까지 높아진다.
심장의 건강을 위해 매일 20분 동안 운동하더라도 베이컨이나 스테이크85그램이 우리의 노력을 전부 무효로 되돌릴 수 있다. 대체로 결혼생활이 수명 연장에 미치는 영향은 흔히 건강에 좋은 식사나 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훨씬 넘어선다. 한 대규모 표본에서, 결혼하지 않은 경우 남성의 사망 위험도는 세 배까지, 여성은 20퍼센트가 높아졌다. 연구자들은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라고 말했다<단짝효과>.
애정 어린 결혼생활이 옥시토신과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하지만 불행하다면 어떨까? 온 종일 싸우기만 한다면? 더 심각한 폭행이 있다면? 만족도가 낮은 결혼 생활은 당뇨병, 염증 증가, 부실한 바이러스 반응, 동맥 상태의 악화, 심지어 치아 상태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혼은 사망 위험도가 약 30퍼센트 높아진다. 배우자를 단념하는 일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먹는 걸 포기하는 일에 비할 만하다.
좋은 호르몬을 갖고 싶다면
사회적 고립은 세로토닌 수치를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그래서 결국 공격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혈압, 알츠하이머병, 통증지각, 혈관 긴장도, 체온 조절, 구토와 관련이 있다. 세로토닌 수치가 낮으면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인 물질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진다.
옥시토신과 마찬가지로, 세로토닌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한 가지 방법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에,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생성에 작용하는 것이다. 100세까지 장수한 사람들의 세로토닌 운반체 유전자를 젊은 통제 집단의 그것과 비교한 결과 대립형질이 나타나는 빈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로토닌이 많다는 건 코르티솔이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로토닌은 옥시토신과 상호작용 할 수 있다. 또 다른 사회성 신경펩티드인 바소프레신도 옥시토신과 상호작용한다. 이 들은 우리의 사회적 삶과 건강을 조절한다. 바소프레신은 상처 치유, 신장 기능,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기능에 중요하다.
서양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안마’가 좋은 의사라면 습득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안마치료는 세로토닌 수치를 28퍼센트까지, 도파민 수치를 31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다. 엄마가 아기의 얼굴을 많이 바라볼수록 엄마의 혈액 속으로 더 많은 옥시토신이 쏟아진다는 연구결과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진짜 신경 써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마음가짐, 친구 관계, 공동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다른 방향에서 건강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 더욱이 사회성과 마음 챙김을 위해 영양과 운동에 대한 집착을 줄이는 건 건강에 좋을뿐더러 더 만족스러운 삶을 의미한다. 다음은 다양한 건강 행동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이다.
사망 위험도를 낮추는 요인과 사망 위험도 변화율
⦁ 운동 : -23~33%, ⦁ 행복한 결혼 생활 : -49% ⦁ 과체중 : -6%
⦁ 자원봉사 : -22% ⦁ 삶의 목적을 갖는 것 : -17% ⦁ 지중해 식단 : -21%
⦁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 : -19%~-32% ⦁ 하루6인분 이상의 과일, 채소 섭취 : -23% ⦁ 폭넓은 사회 관계망 : -45%
사망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과 사망 위험도 변화율
⦁ 붉은 살 육류 섭취 : +29% ⦁ 고독감 : +26% ⦁ 비만2,3등급 : +29%
⦁ 비관주의 : +14% ⦁ 불행감 : +14% ⦁ 베타카로틴 보충제 : +7% ⦁ 신경과민 : +14%
단백질 분말, 값비싼 유기농 식품, 기적의 식품(기적은 없다)은 잊어버려라. 종합비티민 섭취를 멈춰라. *로제토 마을 사람들처럼 이웃과 함께 수다를 떠는 게 부작용도 없으면서 건강에 더 좋다. 건강측정기는 떼버려라. 공동체 텃밭에 참여하는 게 더 낫다. 좀 과체중이더라도 체중 감량에 대한 집착을 멈춰라. 사회성을 기르고 마음을 챙기는 일이 수명 연장에 훨씬 더 중요하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P414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마르타 자라스카지음, 김영선님옮김, 어크로스출판>
* 마르타 자라스카 : 건강, 심리, 환경 등에 과학적 해답을 탐사하는 전방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워싱턴포스트><디스커버.<뉴사이언티스트>등 언론에 기고.
*로제토 마을: 펜실베니아 중부에 있는 작은 마을로, 65세 미만의 주민 가운데 심장병을 앓는 사람이 없었고 사망률이 타 지역보다 35퍼센트 낮았다. 과학자들은 곧 그 원인이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들은 설탕이 든 간식거리와 소시지를 즐겼다. 게다가 흡연도 하고 채석장에서 녹초가 되도록 일했다. 비만도 흔했다.
여러 해 동안 연구한 결과, 로제토 주민들이 유별나게 건강한 건 이 마을의 역사에 뿌리를 둔 남다른 사회성 덕분이었다. 가족 사이는 끈끈하고 연장들은 존경받았다. 틈날 때마다 뒷마당에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가족 경조사를 기념했다. 주민이 2000명 미만인 마을에 낚시와 사냥클럽, 기독교 청소년 단체부터 도서관까지 22개나 되는 시민 단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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