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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구가 간절한 이들!

[중산] 2021. 7. 6. 11:03

진정한 친구가 간절한 이들

 

너무 바빠서 언제부턴가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된 젊은 정신과 의사 꾸뻬가 있었다.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저녁이면 피곤해서 외출할 마음이 나지 않는데다가 결혼해서 한 아이의 아빠가 되자 갑자기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잔 할까?’하고 제안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친구들도 거의 다 결혼을 해서, 꾸뻬의 부인 클라라처럼 남자들끼리 늦게까지 술마시는 것을 이해해줄 여자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내키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참석해야만 하는 저녁 식사나 파티 자리는 점점 늘어만 갔다.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젊은 시절에 친한 친구들하고만 맘껏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었다. 꾸뻐에게 우정은 행복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어떤 환자들에게는 우정이 근심거리였다.

 

줄리도 그런 이유로 꾸뻬를 찾아 온 환자였다. 줄리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항상 불안해요.” “어떤 게요?” “어떤 친구냐에 따라 다른데...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친구와의 우정이 그 친구한테는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까봐 불안해요.”

 

“왜 그런 생각이 드세요?” “제가 먼저 만나자고 친구에게 연락하는 횟수가 친구가 저한테 연락하는 횟수보다 훨씬 많을 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또 있어요. 어떤 친구랑 친해졌다고 생각 했는데 그 친구한테 다른 친구가 생기니까 이제는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가 예전만큼 친한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어요.”

 

‘그런 생각들이 줄리 씨를 고통스럽게 하는군요.“ ”네...“ 줄리의 눈동자가 이내 눈물로 흐려졌다.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연약한 심장을 달고 태어나게 되는 걸까? 꾸뻬는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줄리의 무의식 속에 심어 튼튼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꾸뻬의 환자들 중에는 도저히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성격 탓에 친구가 한 명도 없는 환자도 있었다. ‘경계선적 성격 장애’ 때문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다른 이들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들도 실은 마음속으로는 진정한 친구를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참 슬픈 일이기도 하다.

 

인기스타의 문제는 줄리와는 정반대였다. 스타는 세계 어디를 가나 눈물로 환호하는 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인기 가수였다. 스타는 술을 많이 마시고 마약을 했는데, 꾸뻬에게는 계속 마약을 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려 했다. 수면제도 지나치게 많이 복용했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꾸뻬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스타의 헤어진 연인들은 언제나 예외 없이 연인들은 그녀에게 손찌검을 해대었고, 그래서 스타는 그들과 헤어졌다고 했다. 마약 중독자 치료소에 입원을 하는 등 노력도 해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콘서트를 취소한다거나 해서 소속 에이전시와 음반사 사장은 골머리를 썩었지만, 히트곡과 돈은 스타 곁에 계속해서 쌓여갔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오히려 가수일 때 보다 배우일 때 스타의 모습은 더욱더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스타는 더욱 자주 꾸뻬를 찾아왔다. “기분은 좀 어떠신가요?” “이랬다저랬다 하죠. 잘 아시잖아요.” “제 인생이 공허하게 느껴져요.” “정확히 어떤 느낌인가요?” “글쎄요. 뭐랄까....콘서트, 투어, 녹음, 항상 똑 같은 일들의 연속이에요.”

 

‘노래할 때도 그렇게 공허하세요?“ ”아니요. 노래할 때는 살아 있는 것 같아요.“ ”그것 보십시오. 모든 것이 전부 공허하지만은 않지요?“”물론 전부는 아니에요. 하지만 아무도 절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걸요....제 인생엔 사랑이 없다구요!“

 

그녀는 마치 지금 막 그걸 깨닫기라도 한 듯 눈썹을 찡그리며 외쳤다. 꾸뻬에게 의사로서의 딜레마를 안겨주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이런 식으로 자괴감에 가득 찬 채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제 팬들 말씀이세요?“”그래요. 물론 팬들 말고도 더 있을 겁니다.“ ”친구들이요?“ 스타가 냉소적인 미소로 답했다. 그녀가 자기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진정한 친구를 파악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부자에 유명세까지 갖춘 스타 곁에는 언제나 그녀의 친구이길 자처하는 사람들이 한 무리씩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이렇게 기분이 폭풍우처럼 널을 뛰는 사람과 친구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사실 저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그 사람들도 저를 이용할 뿐이에요. 그런 게 인생이잖아요.”스타는 어린 시절에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 채 자랐고,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을 찾기 힘들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엄마나 아빠로부터 최초의 사랑을 배우니까.

 

어쩌면 스타가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그녀는 진짜 사랑을 알고 싶어 하기도 했다. 팬들이 바치는 반짝하고 사라지는 짧은 열망이나 결국 손찌검으로 끝나버린 옛 애인들에게 주었던 감정 따위가 아닌 진짜 사랑 말이다.

 

“선생님도 저를 이용하실 뿐이잖아요.” 꾸뻬는 그녀에게 정신과 의사들의 주특기인 연민의 눈빛을 간파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스타의 인생에서 이 문제는 계속해서 되풀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그녀는 항상 그들을 밀쳐낸다.

 

그러나 그녀는 내심 사람들이 다가오길 바라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잘 다루어본다면 스타의 치료를 위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 그녀가 제멋대로 폭발해버리지만 않는다면.

 

스타와의 상담이 끝난 후 꾸뻬에겐 휴게실에서의 커피 한 잔이 절실했다. 친구가 없다는 것은 확실히 불행한 일일 뿐 아니라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누군가에 사랑받고 잇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싶어서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은 우정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이제 스타는 몇 주 동안 동남아시아로 영화 촬영을 떠날 예정인데, 산속 소수 민족 무리에 들어가 선교 활동을 펼친 이십세기의 수녀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스타가 배우 일을 통해서 이렇게 급격한 역할 변동을 겪게 되는 것이 그녀의 성격을 부드럽게 해주지는 않을지, 혹은 반대로 그녀의 성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되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꾸뻬는 마릴린 먼로의 의사가 어느새 자기 환자인 여배우의 일에까지 지나친 간섭을 하게 되었던 것 같은 실수는 하고 싶지 않았다. 스타에게 진정한 친구들이 있다면 그녀의 일에도 도움이 되었을 텐데....

 

정신과 의사로서 꾸뻬는 환자들의 친구 이야기를 꼭 들어보곤 했는데, 친구가 거의 없는 환자들일수록 일에서도 힘들어했다.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친구란 한줄기 안식이고 험난한 폭풍 속에서 숨어 들어갈 피난처가 된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자기 환자들이 상담실을 떠날 즈음에 친구가 생기는 걸 보면 안도한다. 스타가 떠난 빈자리를 보며 꾸뻬가 중얼거렸다.

 

우정은 건강이다.

 

이 문장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지금까지의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말해주듯, 친구들과 어울리고 우정을 나누는 것은 우리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거꾸로 우리 자신이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증명이 되기도 한다.

 

- 다른 모든 것을 다 가졌다 해도, 그 누구도 친구 없이는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꾸뻬 씨의 우정 여행’ P427 중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프랑수아 를로르지음, 이은정님옮김, 열린원출판>

* 프랑수아 를로르 : 1953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1985년 의학박사학위와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2002년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출간했다. <꾸뻬 씨의 인생 여행>, <내 감정 사용법>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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