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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통해 내 마음을 보는 거예요. - 투사!

[중산] 2021. 7. 3. 16:20

그 사람을 통해 내 마음을 보는 거예요. --- 투사!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은 누구 앞에서도 당당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색내며 자랑스럽게 말이죠. 하지만 들키기 싫은 마음은 꽁꽁 숨겨둡니다. 청소가 귀찮다고 냉장고 속에 있는 오래된 반찬통을 외면하듯이 말이죠.

 

정신분석학에서는 자기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속마음이 있을 때 들키지 않으려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투사projection'입니다.

 

투사는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돌림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부정하는 방어기제지요. 쉽게 말해, 방귀를 몰래 끼고는 옆 사람에게 무슨 냄새 나지 않냐며 너 방귀꼈냐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즉,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욕구를 내 것이 아닌 양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지요.

 

연예인이 새로 산 가방이나 여행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면 그 밑에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기부는 하셨나요?” 왜 이렇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확인하려 하는 걸까요? 어쩌면 그들의 마음 한편에는 ‘나는 기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이 이기적이어서 인정하기 싫을 뿐이지요. 그들은 기부하지 않는 누군가의 모습에서 인정하기 싫은 내 모습을 보고 분노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일을 마친 집에 돌아온 배우자가 한숨부터 푹 쉰다면, 그리 기분은 좋지는 않겠죠. 그 모습이 보기 싫고 이유를 몰라 답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은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힘들게 일을 하고 돌아온 사람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기가 싫습니다.

 

그래서 자기 마음을 그 사람에게 투사합니다. “당신은 나 보면 한숨밖에 안 나와? 내가 그렇게 꼴 보기 싫어?” 이렇게 되레 화를 내버립니다. 내가 당신한테 화가 난 게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화가 난 것처럼 말이죠.

 

투사는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명품 가방을 사는 친구에게 사치스럽다고 하는 것, 해외여행을 다니는 친구에게 한심하다고 하는 것,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에게 이기 적이라고 하는 것, 애교가 많은 사람에게 ‘끼 부린다’고 하는 것, 활달한 친구에게 왜 이렇게 나대냐고 하는 것 등은 보통 다 투사 예인 경우가 많지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누군가를 유난스럽게 비난한다면, 사실은 자신의 무의식 속에 ‘나도 그러고 싶다’는 마음이 꽁꽁 숨겨져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나는 못하는데 혹은 나는 참고 있는데, 마음대로 하고 사는 것 같은 사람을 보니 화가 나는 거지요.

 

자신이 남의 단점을 빠르게 포착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생각하면, 그런 건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 나의 단점을 보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마술의 원리를 모르는 사람은 마술을 그저 신기하게 생각하지만, 마술을 공부한 사람은 그 트릭을 잘 파악합니다.

 

경찰은 범죄자의 심리를 잘 알지 못하지만, 같은 범죄자는 범행수법을 훤히 알아채는 것과 원리입니다. 내가 모르는 마음 상태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에 있는 상태는 너무나도 잘 볼 수 있는 것이죠.

 

투사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의식적으로 의도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조차도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니 그저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요. 하지만 숨기면 숨길수록 냉장고 저 안쪽에서 밀어둔 오래된 반찬통처럼 그 마음도 냄새를 풍겨댑니다.

 

그럴 때면 더욱 목청을 높여 내 냄새는 아니고 네 냄새라고 소리칩니다. 그렇게 한다고 나아지는 게 있을까요? 별로 없습니다. 남을 비난하면 할수록 힘들어지는 건 내 마음인걸요. 그러니 우리는 항상 우리의 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하지요. 혹시 누군가의 모습이 유난히 꼴 보기 싫다면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사실 그게 내 모습은 아닐까? 내 마음은 아닐까?’

 

성숙일까, 정신 승리일까? ---- 달콤한 레몬형 합리화

 

레몬은 굉장히 십니다. 그런데 이런 레몬을 먹고도 달콤하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합리화’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지요. ‘달콤한 레몬형 합리화sweet-lemon rationalization’는 내 앞에 주어진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데, 이 상황을 그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어기제를 의미합니다.

 

상처를 회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힘들다는 것을 인정받으면 되는 것입니다. 바로 공감이죠.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다.“ 이 한마디에 마음속에 굳어져 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 느껴본 적이 있지 않나요? 그런데 이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세상에 아무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내편이 되어줄 단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 스스로에게만 솔직해져도 우리는 위로 받을 수 있거든요. “많이 힘들지? 그래, 지치고 어려울 거야. 많이 애쓰고 있는 것 알아. 애써 괜찮다고 할 필요 없어. 괜찮지 않은 상황이니까 힘들 땐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돼.” 이렇게 토닥여 주세요. 실패로 무언가를 깨닫는 것,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다음 문제입니다.

 

성숙일까, 정신 승리일까? 지금 여러분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픔을 인정하고 더 나은 것을 바라보면 성숙입니다. 아프지 않다고 현실을 부정하고 상처를 포장하면 합리화, 즉 정신 승리지요.

 

합리화는 성숙을 불러오지 않습니다. 그럴듯한 포장만 해댈 뿐이지요. 스스로를 토닥여 주면 무의식에 숨어 있던 상처가 조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마음속에서 진정한 성숙이 일어날 것입니다.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관찰자는 행위자의 행동 그 자체를 전경으로 여기고, 행위자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전경으로 여기게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행위자-관찰자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루빈의 컵’에서 어두운 배경의 프레임 안에 밝은색의 컵이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그림의 테두리를 지우면 다른 형태인 두 사람의 옆모습이 보입니다. 지각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전경과 배경’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어떤 자극을 볼 때 전체의 모습을 아울러서 보는 것이 아니라, 도드라지는 부분에 시선이 빼앗기게 됩니다. 이때 시선을 빼앗는 주인공이 되는 부분을 전경이라 부르고, 나머지 부분을 배경이라 부릅니다. 

 

뮤지컬을 생각해볼까요? 배우는 행위자이고 관객은 관찰자가 됩니다. 우선 배우자의 눈에는 주변 환경이 보입니다. 무대장치, 상대배우, 관객 등이 눈에 들어오지요. 주변 상황이 전경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배경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배우가 도드라지게 보입니다. 관객은 배우의 목소리, 손짓, 동작 등에 집중하게 되지요. 배우의 행동 자체를 전경으로 인식하며, 무대나 주변 환경은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이 시작되면 내 잘못은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으로, 남의 잘못은 그 사람의 인격 탓으로 돌리는 실수를 범하게 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원인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태도가 바로 기본적 귀인 오류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행위자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관찰자는 불온한 그들의 선택을 바라보니까요.

 

관찰자는 행위자의 도드라지는 모습을 바탕으로 의도를 파악하려 하는데, 이때 가장 쉬운 판단은 그 사람의 성격을 탓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를 보고 게으르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이지요. 짜증내는 친구를 보고는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 반응에 억울해하지요.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는 오는 길에 사고가 났을 수도 있습니다. 짜증내는 그 친구는 오늘 아침부터 상사에게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 감정적으로 격해진 상태일 수도 있고요.

 

누군가의 행동을 함부로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바라봐 주세요. 분명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이 먼저 마음을 열고 이해한다면, 그들도 여러분의 삶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 줄 것입니다. 이해는 언제나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업’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신고은님 지음, 포레스트북스 출판>

* 신고은 : 충남대, 단국대학교 등 대학 강의,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심리학자로 정평 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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