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현명한 사람!

[중산] 2022. 10. 12. 04:48

모과

- 서안나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 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나에게도 있었지

 

모과

 

 

새벽편지

- 정호승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철학 산책

- 미셸 드 몽테뉴!

 

몽테뉴(1533~1592)에게는 특히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발기부전을 겪는 친구가 있었다. 몽테뉴는 그의 음경을 탓하지 않았다. 문제는 정신, 우리가 자신의 몸을 완전히 지배해야 한다는 억압적인 생각, 그리고 정상성의 그릇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었다.

 

그 범주를 다시 그리는 것이 해결책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음경에 대한 지배력이 없이도 잠자리에는 해롭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침내 깨달은 그 친구는 잠자리에서 “그가 가끔 그렇다는 것을 미리 인정하고 상대에게 솔직히 얘기해서 정신적 건강을 줄일 수”있게 되었다. 몽테뉴는 이렇게 하라고 제안했다.

 

‘ 준비가 안 되었다면(남자든 여자든) 성급히 말아야 한다. 처음 실패하였을 때 절망감을 느끼고 계속 비참한 감정에 휩싸이기보다는 ∙∙∙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게 낫다. ∙∙∙ 거부 반응이 왔을 때 남자는 부드럽게 시험하고 다양하게 조금씩 돌격을 시도하면서 사전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계속 고집을 부려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입증해서는 안 된다. ‘

 

몽테뉴는 읽기 어려운 책을 조롱했다.

“나는 어떤 것을 위해서도, 심지어 그렇게 소중하다고 하는 학문을 위해서도 나의 뇌를 후려갈겨 엉망으로 만들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 내가 책에서 바라는 것은 단지 고상한 소일거리로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 책을 읽을 때 어려운 문장이 나오면 나는 그걸 들어다보면서 손톱을 물어뜯지 않으며 한두 번 도전한 뒤에 건너뛴다. ∙∙∙ 어떤 책이 지루하면 망설이지 않고 다른 책을 집어 든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철학자들에게 상당히 신랄했다. “난해함은 학자들이 그들의 학문이 헛되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고안한 화폐인데 인간의 어리석음은 돈을 내고서라도 그 화폐를 인정하고 싶어 한다.”

 

우리 시대와 마찬가지로 몽테뉴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대학을 동경했다. 몽테뉴는 뛰어난 학자였지만 현학을 싫어했다. 그는 쓸모 있는 것을 알고자 했고 삶과 단절된 대학을 가차 없이 공격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어떤 것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때 자신의 삶에 미치는 유용함과 적절성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것만이 이해할 가치가 있다. 그는 많은 분야에 속물근성과 허식이 만연했다고 지적하고, 우리를 지상으로 데려오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현명하고 지적인 인상을 풍기면서도 끝까지 겸손하고 학문의 위선을 날카롭게 폭로하는 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멍청한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 깨닫는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더 크고 중요한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멍텅구리라는 것을 ∙∙∙. 세상에서 가장 높은 옥좌 위에 앉아 있는 사람도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위대한 사상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The school of life지음, 김한영,오윤성옮김,미래엔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