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해마다 봄이 되면!

[중산] 2023. 3. 25. 07:33

이별

-괴테

 

입으로 차마 이별의 인사를 못해

눈물 어린 눈짓으로 떠난다.

북받쳐 오르는 이별의 서러움

그래도 사내라고 뽐냈지만.

 

그대 사랑의 선물마저

이제 나의 서러움일 뿐

차갑기만 한 그대 입맞춤

이제 내미는 힘없는 그대의 손.

 

살며시 훔친 그대의 입술

아, 지난날은 얼마나 황홀했던가.

들에 핀 제비꽃을 따면서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던가.

하지만 이제는 그대를 위해

꽃다발도 장미꽃도 꺾을 수 없어.

봄은 왔건만

내게는 가을인 듯 쓸쓸하기만 하다.

 

경주 남산의 진달래

 

 

고통을 당하는 자의 인식에 대하여. -

 

오랫동안 끔찍할 정도로 병이 주는 고통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힘이 흩트리지 않는 병자의 상태는 인식의 획득을 위해 가치가 있다. 모든 깊은 고독, 그리고 온갖 의무의 습관에서 갑작스럽게 허용된 모든 자유가 가져다주는 지적인 이익을 완전히 무시해도 상관없다.

 

정말 견뎌 내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자는 자신의 상태에서 엄청난 위력의 냉정함을 가지고 사물들을 바라본다. 그에게는 건강한 자의 눈에 보이는 저 마력들, 습관적으로 사물들이 물에 빠져 헐떡이고 있는 듯이 보이는 저 사소하고 거짓들로 충만한 마력들은 모두 사라진다.

 

그렇다. 그는 스스로 자기 자신 앞에 놓여진다. 거기에는 어떤 패배주의도, 어떤 이념의 색깔논쟁도 끼어들 수가 없다. 그가 지금까지 어떤 종류의 위험한 환상 속에서 살아왔다고 해도 상관없다. 고통을 통해 도달하게 된 최상의 냉정함은 그를 바로 이런 환상을 찢고 나오게 해 주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런 일을 위한 유일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일들이 십자가에 매달린 기독교의 창시자에게 일어났을 수도 있다.

 

고통에 저항하고자 하는 지성이 이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긴장감은 그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하나의 새로운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해 준다.* 그리고 이 모든 새로운 빛들이 주는 형언할 수 없는 자극은 정말 강력하다. 그것은 말하자면 자살하고 싶은 유혹들에도 불구하고 살 수 있게 해 주고, 또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도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갈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비춰지게 하기에 충분히 강력하다.

 

고통을 당하는 자는 건강한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거니는 저 안개에 둘러싸인 편안하고 따뜻한 세계에 대해 경멸을 품으며 생각에 임한다. 마찬가지로 그는 예전에 스스로 탐닉했던 가장 고귀하고 가장 자랑스러운 환영들에 대해 경멸을 품으며 생각에 임한다.

 

그는 이런 경멸을 통해 마치 가장 깊은 지옥에 빠져 있는 듯한 자신의 영혼에서 가장 쓰라린 고통을 만들어 내고 또 그런 끔찍한 일을 하면서도 쾌락을 느낀다. 그는 바로 이러한 정반대의 것과 싸우는 대립을 통해 육체적 고통에 저항하고 버티게 된다. **

 

그는 바로 이 정반대의 것과 싸우는 대립을 지금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밝은 시선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바라보고, 거기서 이렇게 외친다! “너는 너 자신을 탄핵하는 자가 되는 동시에 너 자신을 처형하는 사형 집행인이 돼라! 너는 너 자신의 고통은 내가 스스로 네게 내린 벌로 받아들이라! 너는 네 자신의 고통을 넘어서듯이 네 자신의 삶을 넘어서라! 너는 하늘로 시선을 돌리고 거기서 심연을 들여다보라! 그리고 거기에는 바닥도 없다는 것도 인식하라!

 

* 니체가 지향하는 힘은 생각의 힘이다. 일상어로 바꾸면 정신력이 그것이다.

 

** 니체가 생각에 임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는 늘 대립을 일삼는다. 동양 사상에서의 음과 양을 모두 함께 포용하는 태극의 이념을 비교해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가장 어두운 것이 가장 밝은 것과 관계하듯이, 가장 큰 고통이 가장 큰 기쁨과 관계한다.

<‘아침놀. - 도덕적 선입견에 대한 생각들’에서 극히 일부 발췌,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동용님 옮김, 세창출판사>

 

 

남산의 마애석불
경주 삼릉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은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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