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월
- 로버트 프로스트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너의 잎새들은 곱게 단풍이 들어 곧 떨어질 듯하구나
만일 내일의 바람이 매섭다면
너의 잎새는 모두 떨어지고 말겠지
까마귀들이 숲에서 울고
내일이면 무리 지어 날아가겠지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오늘은 천천히 전개하여라
하루가 덜 짧아 보이도록 하라
속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마음을
마음껏 속여 보아라
새벽에 한 잎
정오에 한 잎씩 떨어뜨려라
한 잎은 이 나무, 한 잎은 저 나무에서
자욱한 안개로 해돋이를 늦추고
이 땅을 자줏빛으로 흘리게 하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미 서리에 말라버린
포도나무 잎새를 위해서라도
주렁주렁한 포도송이 상하지 않게
담을 따라 열린 포도송이를 위해서라도
사량도(蛇梁島) 전경!
10월
- 기형도
1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2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은 이미 없어지고
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빈 병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ㅡ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문지, 1991)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을 더 빨리 믿는다. 충분히 반복하면 조만간 믿게 된다.
- 아돌프 히틀러
진실을 사랑하되 오류를 수용하라
- 볼테르
직관의 오류
사람들은 테러나 폭력으로 사망할 위험은 놀라울 정도로 과대평가하면서 심장병과 뇌졸중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완벽히 과소평가한다. 휴리스틱에만 의존하면 추론은 부정확해지며, 결국 추론에 오류를 일으킬 위험은 명백하다.
신중이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실수일 때 추론을 짧게 줄여서 목숨을 구하려는 이런 경험 법칙이 휴리스틱heustic이다. 물론 휴리스틱은 완벽하지 않지만, 일종의 자동조타장치 역할을 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시스템1과 2가 있는데, 시스템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2는 느리고 더 분석적이며 추론을 지배한다. 두 시스템은 상호보완적이며, 휴리스틱은 우리의 생존을 담당한다.
그는 또 “우리는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종종 더 쉬운 답을 도출하며, 대개는 시스템이 교체됐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휴리스틱은 상당히 유용하지만 때로 심각하고 체계적인 오류를 일으킨다. 쉽게 얻은 정보나 최근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이 현상은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stic이라고 부른다.
개념을 평가하거나 의견을 형성할 때 머릿속에 즉각 떠오르는 사례에 의존하는 경향으로 사실상 사고의 지름길 역할을 한다. 이 사고는 대안 설명보다는 추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생존이 갈린 문제라면 빠른 판단이 유리할 수 있다. 야생의 세계에 있는데 갑자기 덤불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해보자. 바람이 스치는 소리였거나 새나 여우일 수도 있다. 대개 우리는 즉시 반응한다.
바스락거리는 것이 해롭지 않은 것이 아니라 뱀이었다면 즉각적인 반응이 우리의 목숨을 구했을 것이다. 인간의 결정과 반응이 너무나 빨라서 능동적인 사고 자체가 관여하지 않는 듯 보이기도 한다.
야구공과 배트를 같이 사면 110달러이다. 배트가 공보다 100달러 더 비싸다. 그렇다면 공은 얼마일까? 직관적으로 대부분 10달러라고 대답한다.
이는 오답이다. x+y=110, x-y=100 두 방정식을 더하면 2x=210이 된다. 즉 x, 배트 가격은 105달러이다. 하버드,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프린스턴 대학교 50% 이상이 직관적인 답, 즉 오답을 말했다.
결정해야 할 상황에 부딪혔을 때 무조건 빠르고 옳은 것 같은 직관에만 의존한다면 우리는 종종 어긋난, 위험한 결과를 맞닥트릴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한정된 자료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하며, 근거 없는 결론으로 비약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짜증나는 오랜 격언과 달리 연기는 종종 불이 없어도 피어오른다. 여기서 비극적인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불을 찾다가 되려 불길을 키우기도 한다는 점이다.
<‘페이크와 팩트-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기보은님옮김, 디플롯출판>
*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 아일랜드의 물리학자이자 생물통계학자, 암 연구자다. 더블린시립대학교에서 자외선방사선물리학 박사,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의학물리학 및 종양학 박사후연구원을 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