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암 앞바다>
□ 인생의 후반부에 지혜롭게 통과해야 할 여덟 개의 문!!
이제 우리는 앞으로 지금까지의 여정과는 다른 지혜의 여덟 관문을 거치며, 인생의 후반부에 ‘죽음’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궁극의 신비를 향한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 전, 삶을 통합하고 개선하고 수확할 수 있는 준비의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1. 은의 문 - 미지와의 만남
은의 문은 모든 새로운 시작과 모험의 신비를 알려주는 문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지혜의 시기로 완전히 들어가 인생의 후반부를 만끽할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우리는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더욱 담대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보아야만 전혀 새로운 궁극의 경험인 ‘죽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자 존 오 도노휴의 시 <유연>에서 나오는
강물처럼 제 몸을 펼쳐 흐르듯 사는 일은 인생의 후반부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라고 했습니다.
☞ 지난 행적을 되짚어보고 이 과정에서 마음에 떠오르는 상념들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이것은 균형과 객관성과 통찰력을 길러주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보여줄 것입니다.
2. 하얀 말뚝의 문 - 정체성의 변화, 참된 얼굴의 발견
하얀 말뚝의 문은 우리에게 젊은 시절 일구었던 전문 분야나 역할에 대해 직시하라고 말합니다. 이 문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진정으로 알게 됩니다. 이 문에 서 있는 각각의 말뚝은 우리가 이루어온 역할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전체로 봐야 합니다. 하얀 말뚝의 문은 우리에게 모험가가 되어 익숙한 역할이 주는 편리를 버리고 진짜 얼굴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하얀 말뚝의 문으로 들어갈 때 우리는 행동 양식의 중심을 두려움에서 호기심으로, 애착에서 자유로, 통제에서 신뢰로, 권리 부여에서 겸허함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이런 이동은 참된 얼굴을 드러내주며 다섯 개의 얼굴을 하나로 완성하고 지혜를 발현시켜 줍니다.
하얀 말뚝의 문은 호기심과 융통성, 자기 수용이라는 지혜의 선물을 가져다줍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수용을 통해서만 인정받던 ‘나’를 버리고 참된 얼굴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 이제 아동기, 청년기, 성년기, 노년기의 얼굴, 그리고 영원히 빛나는 본질적인 얼굴의 특성에 대해서 떠올려봅니다. 지난 삶과 자신이 가진 다섯 개의 얼굴을 잠시 동안 반추해보고 각각의 특징을 생각해봅시다.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탐구하고 반추할 수 있는 진정한 지혜를 키우기 위해서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배움의 길을 매일 찾아 나서야 할 것입니다.
3. 점토의 문 - 정교, 관능, 성욕
점토의 문은 육체의 끊임없는 변화와 그 덧없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줍니다. 인생의 후반부에서 이 문은 우리가 느끼는 육체적 관계와 관능과 성욕이 이전과는 다를지라도 스스로를 아끼고 포용하라고 말합니다.
점토의 문은 몸의 지혜와 상식을 이용하는 방법과 우리가 가진 고유한 미의 경지에 도달하는 길을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이 문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한 집착과 자아상에 대한 애착을 내려놓고 변해가는 육체적 현실을 수용하며 스스로의 몸을 조건 없이 인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점토의 문은 우리에게 몸을 신뢰하고 보살피라고 말합니다. 몸은 곧 ‘축제’라는 인식에 도달할 때 우리는 성숙한 사랑의 깊은 감정과 정신적인 친밀감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에서 친밀한 관계를 꽃피우기 위해 정직과 신뢰, 열린 마음과 존경 그리고 연약함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조건들은 영혼과 육체를 동시에 감동시킬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증폭시켜줍니다.
점토의 문에서 스스로 드러나는 선물은 바로 본능적인 몸이 지닌 지혜입니다. 몸의 지혜는 우리의 진정한 한계를 가르쳐주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우리가 몸의 지혜를 소중히 여기고 해야 할 바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성숙한 육체적 관계를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대지의 순환과 자연의 계절과 우리네 인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또한 일상의 실천을 통해 점토의 문에서 마주친 정교와 신뢰, 관능과 수용,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관계의 경험에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흑백의 문 - 관계, 그 사랑과 관용과 배신과 용서의 시련
흑백의 문은 혼자서는 통과할 수 없으며, 반드시 다른 이와 동행해야 하는 유일한 문입니다. 이곳에서는 배우자나 연인의 관계, 부모와 자식의 관계, 동료와 친구의 관계, 스승과 제자의 관계,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관계 등 모든 관계가 우리들의 스승입니다. 또한 내 자신과의 관계, 내 영혼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됩니다.
흑백의 문에서는 우리가 가진 긍정적인 그림자와 부정적인 그림자 모두를 만나게 됩니다. 인생의 후반부에서는 두 그림자를 모두 보듬어야 합니다. 또한 관계에 따라서 달리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랑에는 통제와 소유가 빠져있어야 합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감사’입니다. 우리는 감사를 통해 관용과 선한 의지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흑백의 문은 관계 속에서 사랑의 표현을 방해하는 두려움과 자만이란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감사를 실천하고 두려움과 자만심을 극복할 때, 우리는 용서의 경지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흑백의 문에서 두려움과 자만심을 극복한다면 우리는 풍성한 지혜의 선물인 인내와 아량과 동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감사와 용서의 습관이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우리의 영혼은 관용을 자유롭게 베풀 수 있고 치유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 감사히 여기는 관계에 대해 매일 되짚어보고 그 감사와 관용의 마음을 주위 사람들에게 실천해봅니다.
5. 전원의 문 - 창조력, 봉사, 생산성
전원의 문에서 우리는 의미 있는 일과 봉사, 창조의 영역을 탐구하고 그 영역과 우리들의 관계를 재검토하여 인생의 소명을 재평가하게 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봉사를 하거나 뜻 깊은 유산을 남길만한 일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것입니다.
전원의 문에서는 가족과 사회에 의미 있는 유산을 남기고 지혜와 경험과 열정을 나누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 이 문에서 주어진 우리의 과제입니다. 전원의 문은 생산성의 문입니다. 즉, 창조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문에서는 일과 봉사 활동을 정직하게 회고하고 창조적 열정이 해방되는 영역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후반부에서 창조력과 생산의 에너지와 의미 있는 봉사의 정신을 발휘하여 영속적이고 조화롭고 완전하며 영혼을 깊이 만족시키는 일에 공헌해야 합니다. 전원의 문은 우리에게 뜻있는 창조와 생산과 봉사에 동참하여 우리의 인생이 바로 우리의 메시지가 되게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원의 문은 자기 스스로가 타고난 생산적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말합니다. 그 해답은 무엇일까요? 또한 영감, 도전, 경이, 사랑의 네 가지 강을 우리네 인생과 계속 연결,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해답을 찾는 일이 바로 전원의 문이 우리에게 권하는 도전입니다.
전원의 문에서 우리는 ‘생산성’이라는 지혜의 선물을 받게 됩니다.
☞계획이나 생각을 남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생산적인 능력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 행동으로 옮길 때 생겨납니다. 단, 창조력이 하나의 과정이며 목표는 그저 그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6. 뼈의 문 - 신뢰, 인품, 지혜
뼈의 문에서는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줍니다. 이 문에서 우리의 본성은 가식의 껍질을 벗고 참되지 않은 것들은 모두 사라집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자아의 모든 모습들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찾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부정과 탐닉, 경쟁과 비교, 유혹과 사욕을 위한 잔꾀 그리고 냉소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뼈의 문에서 우리가 완수할 첫 번째 과제는 스스로의 인품에서 찾아낸 진정한 자아와 지혜를 구체화하는 일입니다. 참된 자아에 대한 자존감을 키워야 하며, 남들의 기대나 용인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와 타협하는 습관과는 결별해야 합니다. 마음의 동기와 입의 말과 겉모습과 행동이 참된 성품과 일치하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말과 행동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지혜와 신뢰가 나타납니다. 신뢰는 자연스럽고 참된 것에 대한 표현이며 신뢰를 자아내려면 존중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인생의 후반부에서는 신뢰와 인품이 하나가 되어야만 지혜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뼈의 문은 자아도취적인 자만과 자기기만의 원인이 되는 두 가지 망상을 직면하고 극복하라고 말합니다. 이 망상에서 벗어나야만 보다 자족적이고 협력적이며 상호의존적인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원주민들은 참된 본성으로의 회귀를 위해서는 네 개의 상징적인 뼈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용기를 상징하는 척추, 희망과 꿈을 상징하는 차골, 유머감각을 상징하는 척골, 그리고 신뢰를 상징하는 다공 뼈입니다. 냉소주의를 몰아내고 지혜를 함양하려면 네 개의 뼈가 모두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참된 자아의 부름에 대답하고 지혜를 얻기 위해 분투해야 합니다.
뼈의 문에서는 의도와 말, 행동이 일관성을 지닐 때 인격적인 신뢰가 네 개의 뼈와 일치하는 모습을 찾게 됩니다.
☞ 인품을 닦고 기르기 위해서는 바른 마음으로 삶에서 효용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반추해야 합니다. 또한 참된 자아와 인격을 발전시키는 과정은 인생의 후반부에서 성취해야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3주 동안 뜻한 바를 말하고 말한 바를 행동하며, 아는 것을 그대로 말하는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네 개의 뼈 중에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정하고 매일 실천에 옮겨봅시다.
7. 자연의 문 - 행복, 만족, 평화, 그 은총의 실재
자연의 문에서 우리는 타고난 리듬과 내면의 성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삶을 통해 깊은 평화와 균형과 평온을 경험하는 방법에 대해서 묵상하게 됩니다.
자연의 문에서 이루어야 할 과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며 진정으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부분들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이 과제는 우리에게 참된 자기 수용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내면의 광야와 자연스러운 존재 그 자체를 신뢰하는 법을 일러줍니다.
자연의 문은 우리가 영적인 삶에 도달하여 침묵과 고요와 평안 속에서 성숙하기를 바랍니다. 또 침묵을 실천함으로써 자아를 채우고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이탈리아의 수도사인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는 자연의 문이 던지는 과제를 상기시켜줍니다. ‘말보다 무엇이 앞서야 합니까?’ ‘행동’ ‘행동보다 무엇이 앞서야 합니까?’ ‘침묵’ 자연의 문은 우리에게 삶의 속도를 줄이라고 말합니다. 분주하고 바쁜 삶에 연연하다보면 우리는 자연의 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이 문을 통과해버릴 것입니다.
자연의 문이 던지는 또 다른 도전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별하는 깨달음을 얻으라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자연의 문에서 웃음과 재미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도록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능력과 유머 감각을 되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문이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도전 과제입니다.
자연의 문에서 우리는 평화와 균형과 평온이라는 지혜의 선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보낸 시간의 아름다움과 침묵에서 찾아낸 신비로움에서 우리는 근원적 평안과 위안과 은총을 끌어냅니다.
인류의 많은 영적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성취나 만족의 경험은 은총의 경험과 같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이는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지혜의 선물입니다.
☞ 빠르게 움직이며 살던 일상을 자연의 느린 리듬에 맞추고 실내와 실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또 은총과 평화와 믿음을 경험했던 시간이나 상황을 글로 기록해봅시다.
8. 금의 문 - 초연, 승복, 해방
모든 문을 거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신령한 광채로 가득한 금의 문이 나타납니다. 여기에서는 자아의 가장 깊은 본질에 눈떠야 하며 우리들 자신의 영성을 신뢰하고 해방시켜야 합니다. 금의 문은 인생의 후반부를 시작하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이 문에서 우리는 육체적 형상의 종말과 익숙해져야 합니다.
금의 문에서 우리는 초연한 태도를 익히고 모든 경험을 깊이 수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어떤 존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 그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긍정적인 마음을 함양할 기회를 줍니다. 또한 집착과 야욕에서 벗어나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살아온 과정을 마무리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의 유한성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금의 문에서 완수해야 할 궁극적 과제입니다.
금의 문은 우리에게 스스로를 집착이라는 속박 속에 가두었던 제한적인 행동과 습관을 멈추라고 말합니다. 집착에서 벗어나 인생의 유한성을 깨달으면 우리의 지혜는 날로 자라날 것입니다. 우리는 금의 문에서 여러 가지 상실의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고통과 친구가 된다면 그것은 우리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고통은 우리를 용기의 원천으로 인도합니다.
금의 문에서는 죽음이라 불리는 궁극의 영적 과정을 지나는 동안 마주치는 어떤 고통이나 슬픔이나 비탄이라도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용기와 믿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금의 문은 자유와 해방이라는 지혜의 선물을 가져다줍니다. 집착을 버린 초연함의 경지에 이르면 그곳이 바로 자유의 영토임을 깨닫게 됩니다.
☞ 우리는 삶의 마지막 문지방으로 들어서기 위해 미래에 대한 초연함과 승복과 해방을 갖추고 의식적으로 매 순간 현재에 충실한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추억과 삶의 전환점과, 인생에서 얻은 통찰력과 최고의 경험들과, 동시성들과 기도와, 영적인 실천과 뜻 깊은 순간들과, 중요한 꿈들을 담아서 자신만의 묵시록을 만들어봅니다.
□. 여덟 개의 문, 그 이후
여덟 개의 문을 지나고 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다급함이 생깁니다. 여덟 개의 문은 인생 속 경험의 모든 모습들을 온전히 완결지어야 할 의무와 시간의 신랄함을 강조합니다. 우리 모두는 후대들을 위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나머지 시간을 의미 있게 살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땅에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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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레스 에리엔 지음, (요약 및 정리) --
<오월의 잔잔한 바닷가 풍경, 부산 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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