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감정과 개인적인 의무의 감정은 그 기원을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개인 관계에, 즉 파는 자와 사는 자,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에 두고 있다 : 여기에서 비로소 개인이 개인과 상대했으며, 여기에서 비로소 개인이 스스로를 개인과 견주었다. 여기에서 가장 오래된 종류의 명민함이 길러졌고, 마찬가지로 여기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에 대해 가진 긍지나 우월감의 싹도 최초로 얻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의는 지상의 모든 선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지양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러한 정의의 자기 지양 : 이것이 어떤 미명으로 불리는지 사람들은 알고 있다 ― 이것이 자비이다. 그 자체로 잘 알려져 있듯이, 이것은 좀더 강한 자의 특권이며, 더 잘 표현한다면, 그가 가진 법의 저편이다.
형벌은 죄지은 사람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이나, ‘회한’이라 불리는 저 정신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고유한 도구를 형벌에서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스스로 현실과 심리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말해서, 형벌이란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단련하며 냉혹하게 만든다.
형벌은 사람을 집중하게 만든다. 형벌은 소외감을 격화시킨다. 형벌은 저항력을 강화한다. 형벌이 사람의 활력을 꺾고 비참한 굴종과 자기 비하를 초래한다면, 그러한 결과는 확실히 건조하고 음산한 엄숙함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형벌의 평균적인 효과보다도 더 생기를 돋우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의 역사 이전에 존재하는 저 수천 년을 생각한다면, 바로 형벌을 통해서만 죄책감 발달이 가장 강력하게 억제되었다고 주저하지 않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도덕 계보학(Genealogie der Moral)”에서 일부 요약 발췌,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활짝 핀 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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