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의 꼽추를 읽으면서 절실하게 와닿는 점은, 이 소설에 일관되게 흐르는 비통한 분위기다. 빅토르 위고는 인간이라는 무력한 존재가 주위 환경과 싸우는 모습을 동정해마지 않았다.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이 사회악과 싸우는 인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작품은 에스메랄다, 카지모도, 프롤로 등의 인물들이 숙명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처연하고도 또렷하게 새겨놓았다.
카지모도는 추한 애꾸눈과 꼽추로 태어나서 주위의 질시와 냉대를 받으며 자란다. 가엾게도 어릴 적부터 아무리 애를 써도 숙명의 테두리 속에 갇힌 채,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자기가 자라난 침침한 성당 너머의 세계에 대해서는 이미 관심이 없고, 이 노트르담 성당만이 그의 둥지가 되고, 집이 되고, 조국이 되고, 우주가 되었다. 귀머거리에 심술궂은 얼굴이지만 에스메랄다의 도움을 받은 후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은 지극하기만 하다. 에스메랄다를 사형대에서 구해와서 숨겨주지만 그녀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것이 자신을 키워준 프롤로 신부임을 발견할 때의 슬픔은 곧 증오로 바뀐다. 결국 신부를 난간에서 떨어뜨리고, 에스메랄다가 교수형에 처해지는 모습을 보며 그는 오열을 감추지 못한다. “아아! 내가 위하던 건 죄다!”(요약)
▣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카지모도 ;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로 애꾸눈에 꼽추에 절름발이이며 귀머거리. 흉측한 외모로 마음
을 닫고 살며 클로드 프롤로만을 따르던 중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된다.
에스메랄다 ; 집시들과 떠돌아다니는 절색의 미녀. 풰뷔스 대장을 사랑하나 클로드 프롤로의 질투로 살인
누명을 쓰고 교수형을 당한다.
클로드 프롤로 ;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로 카지모도의 양부. 오랜 세월 종교생활을 통해 단련했으나 에스
메랄다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를 파멸로
몰아간다.
풰뷔스 ; 왕실 근위병 대장으로 미남자. 에스메랄다의 사랑을 받지만, 단지 바람둥이에 호색한 일 뿐이다.
끝내 에스메랄다의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한다.
교회에는 보통 탄원하는 사람들을 받기 위해서 허드렛채가 하나 준비되어 있었다. 노트르담 성당에는 이에 해당하는 데가 신부관 맞은편 천장 밑에 있는 외딴 방이었다.
종지기 카지모도는 그녀를 그곳에 내려놓고 자신이 먹을 것과 덮을 것을 갖다주면서 그녀를 보살폈다. 거센 음성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사로운 말씨에 그녀의 마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추한 몰골과 마주하노라면 그녀의 마음은 움츠러들고 말았다. 카지모도 역시 그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되도록이면 그녀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몰래 와서 잠깐 사이에 그녀를 보고서는 그 녀가 필요한 것을 놓고 가고는 하였다. 그리고 종탑 위에서 그녀가 지내는 모습을 지켜볼 따름이었다.
사방으로 그녀를 에워싸며, 지켜준 이 광대한 성당은 그 자체가 더 없는 진통제였다는 사실을 덧붙여두어야겠다. 어느날 그녀는 방에서 나와 성당 옥상에서 풰뷔스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풰뷔스의 실체를 몰랐다. 그와의 오해를 풀면 다시 그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날 발코니에 함께 있던 여자는 그의 누이동생일 거라고 생각했다.
풰뷔스는 약혼녀 집의 파티에 다니러가는 길이었다. 하염없이 그를 쳐다보는 그녀를 보면서, 카지모도는 그를 그녀 앞에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그는 노트르담 성당 건너편의 약혼자의 집에서 파티가 끝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침내 그를 찾아낸 카지모도는 그의 말을 붙잡고 귀머거리 특유의 고함소리로 자신과 함께 에스메랄다를 보러 갈 것을 요구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만다. 에스메랄다는 낙심했다.
한편 부주교는 에스메랄다가 사형을 당한 것으로만 알고 모든 감정을 정리하려 애써왔다. 덕분에 그는 다소나마 마음의 안정을 회복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느날, 에스메랄다가 카지모도와 함께 있는 모습을 사제관에서 보게 된 순간부터 다시 불 같은 질투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날 밤 그녀에게 접근하지만 카지모도의 방해로 물러나고 만다.
크랭그와르는 이 대성당의 부주교로부터 에스메랄다를 다시 끌어내 사형시킬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그는 기적궁의 부랑자 무리와 함께 그녀를 구출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세 무리로 나누어 각자 자신들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들고 조용히 성당으로 접근하였다. 이들이 염려하는 것은 당시 국왕인 루이 11세가 파리에 와 있다는 소문뿐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보물창고인 성당을 약탈할 수 있다는 기쁨과 에스메랄다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뒤범벅된 채 살금살금 성당으로 향했다.
종지기 카지모도는 자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은 외눈박이인 대신, 그 대가로 무척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성문 언저리 망루에서 흐르는 불빛만 제외하면, 파리는 완전한 밤의 도시였다. 그런데, 멀리 강가 언저리로 이상한 것이 꾸물거리고 있음을 카지모도는 알아챘다. 희멀건 강물 위로 꺼멓게 떠 있는 난간의 선이 곧게 뻗어 있지 않고, 강물의 물결이 행진 중인 군중들의 머리처럼 출렁대는 것이었다. 카지모도가 성당의 정면에서 유심히 밖의 동정을 살피고 있을 때, 그 움직이는 것이 다시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이 군중이란 사실뿐이었다.
카지모도는 구원의 손길이 있을지도 모르니 혼자 버티면서, 그때까지는 에스메랄다를 깨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지모도는 군중들이 에스메랄다를 마녀로 생각해서 사형에 처하려고 쳐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들과 맞서 일대 혈투를 벌였다. 부랑자들은 그들대로 성당에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카지모도는 어둠 속에서 있는 힘을 다해 성당의 나무 둥치를 던지고 납물을 만들어 붓는 등 갖은 항쟁을 다했으므로, 밑에서 성당에 진입하기 위해 날뛰는 무리들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카지모도 대신 마치 성당 자체가 살아 있어 그 수호신이 자신들을 응징하는 것으로 느꼈다.
한편 성문 언저리 망루의 불빛은 루이 11세가 밤 동안에 집무를 보면서 켜놓은 불빛이었다. 그는 군중의 폭동을 자신의 권력집중에 걸림돌이 되는 파리 사법관에 대한 응징으로 생각해 응원하다가, 참모로 부터 이것이 그의 권위의 상징인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약탈임을 전해 듣고는 경악한다. 그는 즉시 근위대를 진압군으로 파견하고, 이 사건의 중심인물인 에스메랄다를 성당에서 끌어내 사형에 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부랑자들은 근위대에 진압당하고 마침내 카지모도는 한숨을 돌리게 된다. 그는 에스메랄다의 상태를 보려고 방에 가보지만 이미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에스메랄다는 이때 변장한 프롤로 부사제의 꼬임에 넘어가서 성당 밖으로 나와 있었다. 프롤로는 크레브 광장의 교수대 앞에서 자신과 풰뷔스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지만, 끝내 그녀는 프롤로를 살인자로 거부할 뿐이었다. 그는 그녀를 퀴뒤일 수녀에게 맡겨놓고 순찰대를 부르러 간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퀴뒤일 수녀는 자신이 붙잡고 있는 그 집시 소녀가 자신이 어렸을 때 잊어버렸던 딸임을 알게 된다. 목에 걸린 가죽신을 보고서 그녀를 알아본 것이다. 그러나 두 모녀의 서러운 만남도 잠시, 근위대가 들이닥치고 에스메랄다 모녀는 근위대에게 붙잡혀 형장으로 끌려간다.
이때 파리는 서서히 동이 터오고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이 난리를 보기 위해서 하나둘 몰려들었다. 에스메랄다가 교수대로 끌려 올라가던 순간, 퀴뒤일 수녀는 그녀를 끌고 가던 사내에게 덤벼들어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곧 그의 손에 밀쳐져서 돌에 머리를 찧고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교수대의 사내는 에스메랄다를 메고 다시 사다리를 밟고 올라간다.
카지모도는 이때 그녀가 유괴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비통해하고 있었다. 그는 어렴풋이 그것이 부주교의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카지모도로서는 상대가 부주교라고만 생각하면 마땅히 느껴질 불덩이 같은 분노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부주교는 그때 갑자기 그의 앞을 지나가 카지모도를 순간 멍청하게 만들었다. 부주교는 종탑 꼭대기에 올라가서 먼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워낙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있어서 카지모도가 다가오는 것을 몰랐다. 불행한 이 꼽추의 시선은 부주교를 따라 바로 강 건너 크레에브 광장에 멎어버렸다. 그때서야 카지모도는 한 사나이가 나이 어린 처녀를 둘러메고 교수대 사다리에 올라가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에스메랄다였다.
이 무서운 순간에 부주교의 얼굴에서는 악마 같은 웃음이, 이미 인간이 아니었을 때나 던질 수 있는 웃음이 번졌다. 카지모도는 그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알아볼 수는 있었다. 종지기 카지모도는 부주교의 등뒤에서 서너 걸음 물러서나 했더니, 벼락 같은 기세로 달려들어 낭떠러지로 밀쳐버렸다. 하지만 그의 몸은 홈통에 걸려버렸다. 난간 위로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카지모도의 얼굴이 나타났다. 밑으로는 까마득한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었으므로 부주교는 안간힘을 다해 올라가려고 했다. 카지모도가 그를 끌어올리기란 수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부주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형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릴 따름이었다. 결국 힘이 떨어진 부주교는 땅에 떨어지고 만다.
카지모도는 그때 고개를 쳐들어 교수대에 매달린 에스메랄다를 바라보았다. 흰옷에 싸여 단말마의 고통에 몸서리치는 것이 멀리서도 또렷이 보였다. 가슴에서 복받쳐오르는 오열 속에 카지모도는 이렇게 뇌까렸다. “아아! 내가 위하던 건 죄다!”
카지모도의 결혼
그날 저녁, 주교 휘하의 사법관들이 나타나 길바닥에 흩어진 부주교의 시체를 옮겨갈 무렵, 카지모도의 모습은 이미 노트르담 성당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이 사건에 관해서는 별의별 소문이 다 돌았다. 사람들은 카지모도와 부주교 둘 사이에 맺은 약속대로 악마인 카지모도가 마술사인 클로드를 꾀어간 것이라고 믿었다. 호두를 까서 속을 파먹는 원숭이처럼, 카지모도가 클로드의 육신을 깨고 그 영혼을 차지했다는 억측도 떠돌았다. 결국 그런 연고로 부주교는 성지에 매장되지 못했다.
그후로는 다시 카지모도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에스메랄다의 교수형이 있던 다음날 밤, 사형집행리의 수하들은 그녀의 시체를 교수대에서 내려 전례에 따라 몽포콩 묘혈로 옮겨놓았다. 그후 1, 2년쯤이 지났다. 교수형을 당하고 매장된 왕실의 이발사에게 샤를 8세의 사면이 내려 성대한 장례식이 허락되었다. 시체를 몽포콩 묘혈로 찾으러 갔던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해골더미 사이에서 기묘한 꼴로 얼싸안고 있는 한 쌍의 유골을 발견했다. 한쪽은 여자로 아직까지 옷자락이 매달려 있었고, 이 여자를 끌어안고 있는 것은 남자의 유골이었다. 등뼈가 굽었으며, 두개골이 어깨뼈 사이를 파고들었고 한 다리가 다른 다리보다 짧다는 것도 알아볼 수 있었다. 더구나 목뼈에 아무런 상처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 확실히 교수형을 당한 시체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뼈만 남긴 사나이는, 여기로 와서 그대로 죽어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힘있게 끌어안은 다른 하나의 유골에서 그것을 잡아떼려 하자, 유골은 그만 바스러지면서 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노트르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빅토르 위고 지음>
▣ 저 자 빅토르 위고 Victor Hugo(1802∼1885)
인도주의와 자유정신을 중요시했던 프랑스 낭만주의의 기수.
26세 때 쓴 낭만극 『에르나니』가 대성공함으로써 낭만파의 기수가 된 위고. 그 『에르나니』가 초연되었을 때의 일이다. 극은 겨우 3막째로 접어들었을 뿐이었는데 어느 출판사의 사장이 위고에게 원고의 출판 허가를 의뢰하러 왔다. 위고는 “우선 연극이나 끝난 다음에 이야기를 해봅시다”라고 말했는데, 사장은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것이었다. “아뇨, 한 막이 끝날 때마다 인세를 더 내고 싶어지기 때문에 5막까지 다 보고 나면 도저히 인세를 지불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레 미제라블』을 출판했을 때에도 이런 식의 유명한 일화가 전한다. 그 당시에도 이미 명성이 자자했던 위고였지만 역시 신작의 평판이 마음에 걸려 출판사에 다음과 같이 전보를 쳤다.
“?”
그러자 출판사로부터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회답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