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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다시 읽는 ‘데미안’

베아트리체 부모님의 그늘, 정신의 그늘 속에서 행복하려 했던 나의 마지막 시도는 오래 결렸고, 가끔 성공하는 듯도 했지만 결국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하숙집에서 나는 처음에는 사랑받지도 주목받지도 못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나를 놀리다가, 그 다음에는 나로부터 물러났으며 나에게서 음침하고 패기 없는 사람, 불쾌한 괴짜를 보았다. 그런 역할을 하는 자신이 마음에 들어, 나는 그 역을 더 과장했으며, 고독 속으로 칩거하였다. 남몰래 자주 비애와 절망의 좀 먹히는 발작에 짓눌렸는데도 그 고독은 바깥에서 보면 지극히 남자답게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견고해 보였다. 우리 하숙집에서 제일 나이 많은 학생, 알폰스 백이었다. 우리는 조그만 교외 술집에 앉아, 품질이 수상한 포도주를 마시며 두꺼운 유리잔을 부딪쳤다...

독서 자료 2020.06.14

할 수 있는 일과 즐길 수 있는 일!

할 수 있는 일과 즐길 수 있는 일 정말로 젊다는 것이 부러울 정도로 멋진 것일까? 괴테가 생애를 걸고 쓴 대작 ⌜파우스트⌟의 주인공 파우스트는 모든 영역의 학문을 연구했다고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뛰어난 학자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제까지의 삶에 공허함을 느꼈던 파우스트는 마침 그 무렵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혼을 자신에게 판다면 그에게 무엇이든 갖고 싶은 것을 모조리 주겠다고 제안했고, 파우스트는 이에 응해 ‘젊음’을 손에 넣는다. 염원했던 젊음을 손에 넣은 파우스트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매우 아이러니하지만 실제로 행복해지기는커녕 불행해지고 말았다. 분명 파우스트는 젊은 여성과 사랑하고, 자식도 낳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훨씬 더 처참한 비극이 그를 기다리고..

독서 자료 2020.06.08

톨스토이의 마지막 정거장

“(딸)사샤. 애야 말해 보렴. 아버지가 어디 갔다고? 너는 분명히 알고 있을 거다” “어디로 가셨는지 몰라요. 하지만 편지를 주셨죠.” “나의 출발이 당신을 비탄에 빠트리겠지.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만 제발 이해하고, 다른 방도가 없었음을 믿어 주오. 이 집에서의 내 처지는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소. 그 외 모든 것과 더불어 더 이상 나는 이런 호화스러운 환경에서 머물 수가 없다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옛사람들이 흔히 하던 일이오-자신들의 세속적인 삶을 뒤로하고 만년을 평화와 고독 속에 보내는 거요. 제발 이것을 이해해 주고 내 행방을 알게 되더라도 날 찾지 마오. 당신과 나의 처지를 악화시킬 뿐이오. 내가 결정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오. 나는 당신이 나와 함께 보낸 48년의 성실한 세월..

독서 자료 202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