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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잠시 후 기차가 덜컹거리며 옆 선로로 들어갔다. 종착역이 가까워진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 때 불안에 떨고 있던 사람들 틈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우슈비츠야. 저기 팻말이 있어.”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멈췄다. 아우슈비츠! 가스실, 화장터, 대학살. 그 모든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이름, 아우슈비츠! 새벽이 되자 거대한 수용소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몇 겹의 철조망 담장, 감시탑, 탐조등, 황량한 길을 따라 질질 끌려가고 있는 초라하고 누추한 사람들의 행렬. 가끔 고함소리와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1,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기껏해야 200명 정도밖에 들어 갈 수 없는 가축우리 같은 건물에 구겨 넣어졌다. 우리는 짐을 모두 열차 안에 두고 내린 다음 두 줄 - 한 줄은 남자. 한..

독서 자료 2020.07.24

파는 집

문짝 위에 오래전부터 팻말이 나붙어서, 가을바람에 흔들렸다. “파는 집”이라 쓰인 팻말이지만, 차라리 폐가란 말이 옳을 듯싶은 집이었다. 그처럼 주위는 적적했다. 그 집은 보통 농가로, 경사진 땅위에 조그만 계단으로 균형을 잡아 지었는데, 북쪽은 2층 남쪽은 1층으로 되어 있었다. 질서와 정적 속에서 밀짚모자를 쓴 한 노인이 하루 종일 좁은 길을 돌아다니며 화초에 물을 주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끊기도 하고, 둘레를 치기도 했다. 노인은 이 지방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좋은 과수원이 될 기름진 산비탈의 땅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때때로 문에 붙은 팻말을 보고는 발을 멈추고 초인종을 누를 때가 있었다. 처음엔 아무런 대답도 없다. 재차 누르면 나막신 소리가 뜰 안쪽에서 천천히 다가와서는 이윽고 그 노인..

독서 자료 2020.07.22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아내인 아드리아나에게 어째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참고 지냈냐고 묻자. 결혼하고 몇 년간은 지금과 같은 강한 사람의 역할이 싫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일을 장악하고 결정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면 남편 스테판의 시선에서 어떨까요? “제가 가끔 돈을 잘 벌지 못할 때가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아내는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과장해서 말해요. 아내는 눈떠서 잠들 때까지 일뿐이에요.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하려하고, 사사건건 지시하는 걸 좋아해요. ”밥 좀 해. 애들 숙제 좀 봐줘. 이것 좀 정리해. 저것 좀 고쳐 봐...“ 처음 만나서 시작했을 때부터 아내가 모든 일을 좌지우지하고 저는 그냥 따랐어요. 그렇게 해야 두 사람 모두 편했으니..

독서 자료 2020.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