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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의 추론

부조리한 결혼이 있을 것이며, 부조리한 도전, 원한, 침묵, 전쟁 그리고 부조리한 평화가 있다. 그 어느 것이든 부조리는 둘 사이의 비교에서 생겨난다. 부조리한 감정은 현상과 어떤 현실 사이, 어떤 행위와 그 행위를 초월하는 세계 사이의 비교로 생기는 것이다. 부조리란 본질적으로 어떤 불일치이다. 부조리란 인간의 내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 속에 있는 것도 아니며, 다만 그 둘이 공존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세계와 인간과 부조리의 기이한 삼위일체가 무한히 단순하면서도 무한히 복잡하다. 여러 특징 중 첫 번째는 서로 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항목들 가운데 하나를 파괴하는 것은 전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벗어난 부조리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부조리도 죽음과 함께 ..

독서 자료 2020.09.02

내가 살아야 할 생~!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우는 이유는 아기의 뇌에 아무런 교육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새로운 뇌에 빛, 소리, 냄새, 촉감 그리고 모든 신호들이 쓰나미처럼 밀려드니 아기는 그게 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우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이 문제가 거꾸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청개구리 소리를 들었다고 하자. 청개구리가 울긴 우는데 예전만큼 소리가 크지 않다.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게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청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나의 뇌도 분명히 쇠퇴하고 있다. 보청기를 꼈을 때는 아주 고음의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와! 그런 새소리를 들었던 게 언제였던가! 나는 인간이 50대는 되어야 비로소 나이가 들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노화는 당신이..

독서 자료 2020.08.29

태고의 시간들

(애완견)랄카의 시간 동물들의 시간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랄카는 덥수룩한 붉은 털을 가진 암캐다. 랄카는 미시아를 가장 사랑한다. 미시아가 시야에 들어와 있으면 만사가 평안하다. 랄카는 현재를 살고 있다. 그렇기에 미시아가 옷을 차려입고 외출하면, 랄카는 그녀가 영원히 떠나버렸다고 느낀다. 릴카의 슬픔은 헤아릴 수 없이 깊어진다. 암캐는 주둥이를 땅바닥에 처박은 채 고통스러워한다. 인간은 자신의 고통 속에 시간을 묶어놓는다. 과거 때문에 고통 받고, 그 고통을 미래로 끌고 가기도 한다. 인간은 이런 식으로 절망을 창조한다. 하지만 랄카는 단지 이곳에서 지금 이 순간을 견딜 뿐이다. 인간의 생각은 시간을 삼키는 것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게걸스러운 흡입이다. 랄카는 신이 그린 정적..

독서 자료 2020.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