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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필승법

내 여행의 시간은 길고, 또 그 길은 멉니다. 나는 태양의 첫 햇살을 수레로 타고 출발해, 수많은 별과 행성들에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세계로 항해를 계속하였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 길을 돌아가야 하며, 가장 단순한 곡조에 이르기 위해 가장 복잡한 시련을 거쳐야만 합니다. 여행자는 자신의 집에 이르기 위해 모든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마침내 가장 깊은 성소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바깥세상을 헤매 다녀야 합니다. 눈을 감고 ‘여기 당신이 계십니다!’하고 말하기까지 내 눈은 멀고도 오래 헤매었습니다. ‘아, 당신은 어디에?’ 하는 물음과 외침이 녹아 천 개의 눈물의 강이 되고, ‘내 안에 있다!’라는 확신이 물결처럼 세상에 넘칠 때까지. - 부분 ☞ 타고르는 불과 5년 만에 아..

독서 자료 2023.05.17

들판들과 강을 보기 위해서는

나는 무수한 형상들의 바다 깊은 곳으로 뛰어듭니다. 형상 없는 완벽한 진주를 얻기 위해. 비바람에 지친 나의 이 배로는 더 이상 항구에서 항구로 항해하지 않겠습니다. 파도에 춤추며 즐거워하던 날들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습니다. 이제 나는 기꺼이 죽음을 갈망합니다. 더 이상 죽음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현이 울리지 않는데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곳,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속 음악당으로 내 생명의 현악기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이제 영원히 곡조에 맞춰 내 악기를 조율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것이 흐느끼며 최후의 곡을 연주하고 나면, 내 침묵하는 악기를 침묵하는 이의 발아래 내려놓겠습니다. *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독서 자료 2023.05.12

금혼식!

금혼식 언젠가 그들은 완전히 별개의 존재였고, 물과 불처럼 확연하게 구별됐었다. 서로의 다른 점을 맹렬히 공격하고픈 열망을 간직한 채 뺏기고 빼앗기를 반복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그들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서, 내 것이 네 것이 되고, 네 것이 내 것이 되었다. 한때 찬란히 작렬하던 번개가 자취를 감추고 난 후 서로의 품 안에서 투명한 공기가 될 때까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해답이 주어졌다. 어느 고요한 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침묵 속에서, 서로의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성별의 구분 따위는 점차 희미해지고, 비밀은 전부 불에 타버렸다. 흰 바탕 위에서 모든 빛깔이 자유롭게 섞이듯 공통된 성향 안에서 상반되는 기질들이 어우러졌다. 둘 중에 누가 두..

독서 자료 202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