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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키워가는 것

[중산] 2012. 9. 19. 12:36

 

인생의 상승 욕구는 힘든 여건에서 나온다

 

취미나 사회 활동을 하며 충만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대개 결혼과 육아로 중단했던 일을 중년 시기부터 다시 시작한 경우가 많다. 제각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반대로 모든 점이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인생 도약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선생님은 부족한 게 없잖아요. 간혹 상담자 중에 진지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은 반대로 하면 나는 부족한 것투성이에요.일 것이다. 그녀들은 자신의 바로 그 점이 변화에 있어 원동력이 될 것임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만일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면 인생을 바꾸려고 생각했을까. 가능한 한 내가 가진 것이 영원하길 바라며 변화를 두려워했을 것이고,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물심양면으로 어려움이 많았기에 나를 바꾸고 싶고, 보다 잘 살 수 있는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이른바 인생의 장애물로부터 상승 욕구를 강화시킨 것이다. 나의 경우,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에 걸쳐 인생의 상승 욕구가 가장 왕성했다. 당시 나는 스스로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앞서 이야기한 주부 교양 교실이다. 주 2회 수업에 한 달 35,000원 정도의 수강료를 받았다. 강사 월급, 사무직원 2명의 월급, 광고 전단지, 만만치 않은 통신비 등으로 매달 지불해야 할 돈이 어마어마했지만 수강생은 한 달에 50명 남짓이었다.

 

 

매 강좌가 끝날 때마다 장부 끝에 빨간 글씨로 적힌 적자를 보면서 긴 한숨을 토해내곤 했다. 그럼에도 5년 동안 주부 교양 교실을 이끈 것은, 주 2회의 강좌가 내게 있어서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귀중했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그 시절에는 성인 여성이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곳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정말로 배움에 목말라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결혼, 출산, 육아로 어지럽게 돌아가는 외적인 변화에서 허덕이며 살아오다가 겨우 육아에서 한숨 돌리게 되었을 때 그녀들은 깨닫는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배우는 습관과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그리고 화들짝 놀란다.

 

 

사회만큼 좋은 인생의 교사는 없다(일을 인생의 보람으로 삼기 위해)

 

 

파랑새는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키워가는 것

 

액세서리 매장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자신의 일을 가짐으로써 얻은 기쁨을 이야기했다. 남편을 암으로 잃은 친구가 있어요. 남편 앞으로 생명보험이 있긴 한데 보험금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더라고요. 친구가 돈이 궁했는지 저를 찾아왔어요. 제 명의로 모아둔 돈이 있어서 기분 좋게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었어요. 만약 그 돈이 남편의 월급으로 모은 돈이었다면 선뜻 친구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었을 거예요. 그날 처음으로 내 일을 하기 잘했다고 느꼈어요.

 

 

돈이 궁한 사람에게 아무리 따뜻한 위로를 건네 봤자 오히려 그로 하여금 비참함만 깊어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려면 돈을 빌려주는 등의 구체적인 행위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남편의 월급만 갖고 산다면 남편의 눈치도 있고, 자신의 생활도 어려워지기에 선뜻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 많은 전업주부들은 이러한 번잡스러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나일 들면서 점점 초라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간다. 자신이 돈을 벌면 때로 금전적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 이것도 하나의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절대 일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프로 의식을 연마해갔다고 한다.

 

 

세공반에 다니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어요. 그 뒤로 액세서리 개인전도 빼놓지 않고 다녔어요. 그러다 감각이 출중한 작가를 발견하면 상사에게 말해 매장 진열을 추천하고요. 실제로 그렇게 입점한 액세서리는 대개 잘 팔렸어요. 파랑새는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키워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파랑새>라는 동화극이 있지요. 가난한 나무꾼의 아이들인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는 꿈속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길고 긴 모험을 떠나죠. 그들은 결국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꿈에서 깨는데, 알고 보니 자기네 집에서 키우던 새가 파랗다는 걸 깨달아요. 행복은 가까이에 있는 셈이죠,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는 주부들을 보면 그들은 마치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처럼 자신 가까이 있는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고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녀 역시 파트타임으로 시작해 5년 후 정사원이 되었고 다시 반년 뒤, 고문으로 발탁되었다. 임시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노력함으로써 자신에게 맞는 일, 보람 있는 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파트타임으로 일할 당시 그녀와 함께 채용된 주부는 15명이었다고 한다. 그중 반수 이상이 1년 이내에 그만두었다. 역시 주부는 안 되겠어요. 책임감이 없어요.라는 상사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몸이 바짝 얼어붙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함께 일을 하게 되면 개인의 처신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여자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싸잡아 취급당하기 일쑤라 개인의 언동이 여자 전체의 문제처럼 간주되기도 한다. 상사의 말이 일하는 여자로서의 자각을 촉구했고, 그녀는 일단 취직을 했으면 적어도 5년은 가야 한다는 각오를 새삼 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1년 이내에 그만둔 다른 여자들과 그녀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삶에서 일을 어떤 의미로 보느냐 하는 차이일 것이다. 1년 미만에 퇴직한 사람들은 스스로 일에서 보람을 찾기보다, 일 자체만 두고 자기에게 있어 보람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온종일 서서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일 따위에서는 보람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그녀는 일을 하나의 수단으로 보았다. 자신에게 보람을 가져다주는 수단, 그녀는 그 수단을 활용함으로써 보람 있는 일을 찾았다. 이렇듯 생각의 차이가 포기와 지속을 결정짓는 경우도 있다. 

<“아내 꽃피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요시타케 데루코 지음,역자 유인경, 큰나무>

 

저자 요시타케 데루코

일본 효고 현 출생. 게이오 대학 불문과 졸업 후 도에이 광고부 입사, 일본 최초의 광고 프로듀서로 활약한 바 있다. 도에이 퇴사 후, 문필 활동에 전념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주요 저서로 『여인 요시야 노부코』, 『사랑하지만 고독하다』, 『사랑의 뒷모습』, 『자유롭게 아이 키우기 12장』,『딸의 변명·부모의 변명』, 『사랑과 긍지와 위기의 가정』, 『멋지게 늙는 여자』,『나의 할머니 준비』,『남편과 아내의 정년 인생학』, 『여자 나이 60부터 현역 인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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