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여행에 대하여~!

[중산] 2017. 5. 23. 12:22

 

현대인의 여행법에 대해서 조언해 주는 책자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정말 좋은 책 한 권도 없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우선 여행을 왜 떠나는지, 여행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도시인들은 그걸 모른채 여행을 한다.  도시인은 단지 여름에 도시가 너무 덥기 때문에 여행을 떠난다. 도시인은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어서, 일에 찌든 일상을 벗어나 다른 종류의 환경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자연과 대지, 초목이 그립다는 막연한 동경과 정체불명의 욕구에 시달리는 도시인은 산으로 간다. 하지만 도시인의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친구들과 이웃들이 모두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중에 다들 여행 이야기를 할 때 자신도 끼어들 수 있으며, 그 자리에서 잘난 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중에 집에 돌아왔을 때 전과 마찬가지로 편하고 안락한 기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솔직한 이유들은 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일단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더 행복하게, 더 멋지게 여행할 방법은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지도상으로 최소한 대충이라도 여행지의 중요한 정보들을 알아 두는 것이다. 그곳의 위치와 지형, 기후 그리고 현지 민족 등이 여행자 자신에게 익숙한 고향의 환경과 얼마나 다른지 미리 조사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또 낯선 고장에 머무는 동안 그 지역의 풍토에 적응하고 어울리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내가 특별히 낭만이라고 부르고 싶은 요소들이 있다. 다양한 인상들, 늘 가슴 두근거리면서, 혹은 가라앉은 심정으로 기대하는 어떤 놀라움과 충격, 특히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교류가 그것이다.

 

젊은 시절 약간의 돈만 지닌 채 짐도 없이 멀리 돌아다녀 본 사람은 이런 느낌을 이해 할 것이다.클로버 들판이나 잘 말린 건초더미 속에서 보낸 밤, 외딴 방목지 오두막에서 얻어먹은 한 조각의 빵과 치즈, 마을 여관에 도착했는데 마침 결혼식이 열리고 있어서 뜻하지 않게 하객으로 초대받은 일 등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게 된다.

 

다만 우연한 마주침 때문에 본질적인 것이, 낭만적인 경험 때문에 서정 자체가 망각되어서는 안 된다. 발길 닿는 대로 방랑하면서 우연에 모든 것을 맡기는 여행은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여행이 즐거우면서도 보다 심오한 경험이 되려면, 확고하고 뚜렷한 내용과 의미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냥 지루하다는 이유로, 막연하게 호기심이 생긴다는 이유로 여러 낯선 나라를 그 내면의 본모습을 이해 할 줄도 모르면서 생각 없이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은 한심하고도 파렴치하다.

 

우리가 사랑과 우정을 위해서 정성을 들이고 때로는 재물도 바치는 것처럼, 우리가 책을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돈을 주고 구입해 읽는 것처럼, 관광 여행이나 교육 여행 또한 애정을 기울이고, 배우고,몰두해야 하는 대상이다. 어떤 나라와 민족, 도시나 자연을 여행자의 영혼에 담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낯설고 생소한 것들에게 사랑으로 몰두하며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들의 본질과 비밀에 다가가기 위하여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허영심에 사로잡혀서, 또는 교양이란 것을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파리나 로마로 떠나는 부유한 소시지 상인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뭐든지 다 보겠다고, 뭐든지 다 알아야겠다고 욕심 부릴 필요가 없다. 스위스 알프스의 두 개의 산과 두 개의 계곡을 찬찬히 둘러본 사람은 같은 기간 동안 정기권을 끊어서 스위스 전체를 두루 돌아다닌 사람보다 스위스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나는 베네치아를 열렬히 사랑하기는 하지만, 만약 어느 날 그냥 멍청히 쳐다보기만 하는 것에 싫증난 나머지 토르첼로 섬 한 어부의 집에서 그와 함께 여드레 밤낮을 지내면서 침대와 빵과 그의 보트를 나눈 경험이 없었다면, 베네치아는 여전히 나에게 낯설고 이상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함 그 자체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금빛으로 물든 여름 저녁의 풍경을 한가롭게 감상하거나 맑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자연을 내면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따뜻한 햇볕이 쏟아지는 초원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휴식의 시간은 근사하다. 그러나 초원뿐 아니라 그 너머의 산과 시냇물, 오리나무 숲과 멀리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까지 친숙한 대지의 한 부분으로 잘 알고 있는 자는 그러한 휴식을 수백 배나 더 충만하고 심오하게 누릴 수 있다.

 

자신이 발을 딛고 선 땅에서 대지의 법칙을 읽고, 대지가 지닌 형체와 식생에서 자연의 불가피성을 파악하며, 그런 법칙과 불가피성을 현지인들의 언어와 의복, 그들의 역사와 그곳의 기후와 건축과 관련하여 느끼려면 애정과 헌신 그리고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대가 열성과 사랑으로 사귀어 마침내 그대의 것으로 만든 나라는 그대가 휴식하는 모든 초원과 기대는 모든 바위가 그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다른 여행자들에게는 베풀지 않는 특별한 힘으로 그대를 성장시킨다.

 

여행 중에 낯선 것에 빨리 적응하고 친해지는 사람, 진실하고 가치 있는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은 결국 삶에서 의미를 찾아낸 사람, 자신의 별을 따라갈 줄 아는 사람과 동일인이다.

 

삶에 근원에 대한 뜨거운 그리움, 모든 살아 있는 것, 창조하는 것, 자라나느 것과 하나 되고 싶고 벗하고 싶다는 갈망이 바로 세셰의 비밀로 들어가는 그들의 열쇠이다. 그들은 먼 나라를 여행할 때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의 삶과 리듬 속에서도 그러한 비밀을 열렬히 추구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일주일 휴가를 떠나는 모든 여행자가 다 지질학자가 되고 역사학자가 되고 방언연구가가 되고 식물학자나 경제학자가 되어 그 고장을 연구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그야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느낌이지 모든 이름을 샅샅이 알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학문 자체는 그 누구도 축복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공허하게 돌아다니는 여행을 원치 않는다면, 전체성과 하나가 되어 살아 있다는 지속적 느낌, 세계라는 내부에 직조되는 느낌을 갈망한다면, 그런 여행자에게는 어디서든지 그곳 특유의 색채, 진정한 성격과 모습이 쉽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옷가지 장화. 속옷 류, 이런 것을 챙기는 일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물건을, 작고 소소한 것들, 작업이나 여가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절대 쉽지 않다. 책은 무조건 챙겨야 한다. 그림 도구와 스케치북도 마찬가지다. 삭막한 호텔에서 마법을 부릴 만한 그림 몇 점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소망하건데 지금 취리히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나 오트마르 쇼액의 ‘펜테질레야’가 공연 중이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그곳에서 며칠은 머물 것이다.

 

성과도 없는 불필요한 생각에 골몰하지 않고 아침부터 길을 나서서, 모험하는 기분으로 이 신기한 도시를 둘러보았다. 나는 도시에 가득한 격렬하고 비장한 부위기를 실제로 느끼면서 걸어 다녔다. 과거에 지어진 환상적인 건축물들이 미친 듯한 몸짓으로, 수 세기 전에 이 도시에서 들끓었겠지만 지금 시대의 주민들에게서는 자취조차 찾아볼 수 없는 뜨거운 삶을 연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외국 여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 나라의 언어를 최소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은 공부한다. 외국의 자연, 인간, 풍습, 음식 그리고 포도주를 자기 나라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베네치아 사람이 더 민첩하기를, 나폴리 사람이 더 조용하기를, 베른 사람이 더 예의 바르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 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발견하는데 있다.~.

 

날은 춥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다. 도대체 왜 나는 여행을 떠나 왔는가. 도대체 나는 오늘 하필이면 이탈리아에, 그것도 다른 도시가 아닌 구비오에 있는가 하는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인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몸은 비록 피곤했지만 나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그 질문을 파고들면서, 어떻게든 답을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14일 전에 나는 집을 떠나왔다. 이탈리아를 다시 한 번 여행하고 싶었고, 다른 민족과 다른 언어가 지배하는 환경을 내 주변에 두고 싶었다. 낯선 도시, 아름다운 건축물, 과거의 예술품들도 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그래야 했을까? 내가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글을 쓰면서 지내지 않았던 걸까? 휴식을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휴식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없다. 아마 예전부터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가 휴식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오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그러면 예술의 정신을 느끼기 위해서? 아마도 이것은 진실에 상당히 근접한 대답일 것이다. 나는 피렌체의 대성당, 아름다운 산 미니아토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과 도나텔로의 조각품을 다시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던 것이다.

 

생각을 서서히 정리해 보았다. 나는 산 미니아토를 떠올렸다. 피렌체 대성당의 종탑과 돔형 지붕에 대해서, 그리고 나를 그 예술 작품들로 향하게 만든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것들은 왜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걸까?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한 인간의 고된 작업과 헌신은 무가치하지 않으며, 모든 인간이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각자의 고독너머에, 인류 공통의, 바람직하고 귀하고 소중한 보편성이 존재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오랜 시대를 거쳐 오는 동안 수백 명의 예술가들이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러한 보편성에 가시적인 형체를 부여하기 위하여 고독한 작업에 몰두했다. 수백 년 전, 예술가와 제자들이 삶의 다른 것을 포기한 채 꾸준한 작업으로 이룩해 놓은 것이 그 당시나 지금이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영감을 주고 있다면, 오늘 우리가 글을 쓰거나 다른 가능한 일에 생애를 바치면서 겪는 고독과 나약함 또한 전부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했다. 물론 그 보편성에 대해서도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실제 체험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것을 스스로의 감각을 통해 현재적으로 느껴야 한다. 멀리 사라진 것을 가까이, 아름다운 것을 영원하게 느껴야 한다. 그 느낌은 언제나 행복한 놀라움이다.

 

미켈란젤로와 프라 안젤리코는 작업을 하는 동안 자신의 예술을 감상할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고, 다른 그 어떤 누구도 의식하지 않았다. 창작은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각자가 각자를 위한 각자의 일을 한 것이다. 일부는 생계를 위해서 싫증이 나거나 힘들어도 꾹 참고 힘들게 일을 계속했을 것이다.

 

그들 모두는 자신의 창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경험을 수천 번이나 겪었다. 기를란다요는 더 많이 웃고 있는 그림을, 미켈란젤로는 훨씬 힘찬 건축물과 기념비를 꿈꾸었다.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남김 작품이 전부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더 높은 것을 이루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 그 점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앞으로 나갈 용기를 얻는다.~.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헤르만 헤세 지음, 배수아님 엮음,옮김, 을유문화사>

 

 

 

 

 

 

 

호화로운 숙박시설 같은 외적 환경이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여행사들은 ‘꿈의 휴가’라는 마법의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여행은 실상 공장 식으로 짜여진 전형적인 패키지여행이다. 여행자의 꿈을 실현시켜주기는커녕 사회적 고정관념에 각자의 꿈을 짜 맞추도록 강요한다. 편안함과 안락함을 선사하는 외부 환경과 조건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외적조건과 환경에만 집중해 소위 ‘꿈 같은 삶’을 영위하려 한다면 그 순간 우리의 인생은 타인이라는 실세 혹은 상상의 관객에게 행복을 과시하려는 행위로 전략하고 만다.

 

어쩌다 한 번 식당의 음식이 형편없더라도 뭐가 문제인가. 다들 한 번쯤은 요리에 실패하지 않던가. 속 좁게 굴지 말자! 걸핏하면 투덜거리는 사람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여행 동행인으로는 최악이다.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나쁜 사건이 벌어졌을 때, 투덜이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감상할 때도, 호텔에 불편한 점을 이야기할 때도 유쾌한 사람과 함께하는 편이 훨씬 낫다.

 

연인이나 부부가 행복한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기본 바탕을 공유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고 장밋빛 콩깍지가 벗겨지면 잠시 잊었던 중요한 가치가 머릿속에 다시 떠오를 것이다. 과거에는 나도 연인 혹은 부부 관계에 지나친 기대를 걸었다. <빼는 가벼움>에서 결국 나 자신을 발견해 냈다. 내 행복은 나만이 결정할 수 있으며 무엇이 무익하고 유익한지도 이해 하고 있다.

 

 

일찍이 셰익스피어가 말하지 않았던가.“ 관계를 무시하고 시간을 어기면, 달콤했던 음악도 화를 돋우나니.”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각각의 리듬이 한데 섞여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운 좋게 서로의 리듬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각자의 시계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 여행 동행인뿐 아니라 현지인들의 생활 리듬도 우리 여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북적이는 도쿄와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어폰의 생활 리듬은 분명 다를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채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유형인가? 아니면 언제나 조급하게 서둘러 움직이는 유형인가? 자신을 내려놓고 편히 쉬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편인가? 나만의 리듬, 내가 편하게 느끼는 리듬을 알고 그에 맞춰 살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여행 중에는 우정이 돈독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멀어져 서로를 멀리하는 일이 생긴다. 왜일까? 대체 어디에서 우정이 깨지는 것일까? 친구와 떠나는 여행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속에 숨은 갈망을 살피는 것이다. 특히 내가 미처 통제하지 못하는 무의식을 조종하는 감정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휴가를 계획하면 자기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 된다. 대개 남자들은 모험심을 한껏 발휘하는 근사한 자신의 모습을, 여자들은 사랑하는 이와 마주 앉아 즐기는 낭만적인 식사를 상상한다. 각자의 기대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다른 기대를 같은 시기에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기대는 심리적 압박을 유발한다.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기대를 걸기만 하면 기대는 곧 무거운 짐이 되어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짓누른다.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된 개인은 탈출을 꿈꾸다 결국 기대가 정해놓은 여정을 이탈하고 만다. 이런 갈등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타인 역시 나에게 무언가를 기대한다. 그래서 여행 전에는 항상 나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나는 동행인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인가?"  

 

많은 여행자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 제대로 쉴 수 없는 일상을 불평하면서, 그토록 갈망하는 자유 시간을? 사람들은 말 그대로 ‘죽도록 지루할 때’만 시간이 느리게 가는듯한 시간 확장 현상을 경험한다. 우리는 휴식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시간 확장을 두려워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

 

'여행의 즐거움은 지갑의 두께에 비례한다" 독일의 전설적인 작가이자 만화가 빌헬름 부시가 남긴 말이다. 약간의 유머만 있으면 여행 경비에 대해서도 좀 더 편안하게 말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일행에게 표현하기도 좀 더 쉬워지리라. 함께하는 여행에 대해서는 경제 수준뿐 아니라 감정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

 

타인과 자유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경제적 요인과 감정의 관계에 주목하라. 나 자신과 일행의 경제 수준, 소비 성향, 그에 따른 감정을 정확히 감지하고 이해하는 감각을 발달시켜라. 나아가 적당한 수준으로 그것을 일행과 공유하고 논의하라. 그러면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모두가 균형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만찬이 시작된다. 프랑스에서는 엄청나게 코스로 구성된 요리를 즐긴다. 아시아에서는 아침식사로 따뜻한 요리를 먹는다. 유럽인들에게 낯선 동물로 만든 요리도 다수 즐긴다. 러시아에서는 물을 권하듯 보드카를 권한다. '사회적 식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여럿이 여행할 때 가장 좋은 것이 바로 함께하는 식사다.  이 식사는 편안하고 흡족하며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 이 때 나 자신으로 머무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주위 환경과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여행할 때, 화기애애하던 식탁에 갑작스레 충돌과 불화라는 불청객이 찾아든다.

 

타인과 함께하는 식사는 감성지수를 높일 수 있는매우 좋은 기회다. 이것을 높이면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 페이스를 지킬 수 있다. 모두가 원하는 삶의 목표, 내적 자유로 향하는 길은 하나뿐이다. 자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풍부한 감성과 자의식을 가져야 한다.

 

 

내가 직접 들려 줄 서약에서 내가 함께 발견한 소중한 기술들을 요약해보겠다. 나 자신으로 살라는 나의 작은 위로이자 응원이다.

1. 누구보다 먼저 나를 살핀다.

2. 내게 가장 편안한 삶의 리듬을 발견한다.

3. 매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한다.

4. 기대에 휩쓸리지 않는다. 기대로 타인을 짓누르지 않는다.

5. 식탁 위에서도 가장 먼저 나 자신의 의사를 존중한다.

6. 가족 안에서도 나를 발견한다. 운명으로 묶인 가족 구성원을 존중한다.

7. 우정이라는 인생의 선물을 스스로 선택하고 가꾸어나간다.

8. 나의 주머니 사정과 경제관을 숨김없이 받아들인다.

9. 나의 가치를,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직시한다.

10. 나와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고 이해한다. 우리는 다르지만 함께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11. 내 역할은 내가 결정한다.

12. 나만의 시간관을 발견한다.

13. 돌발 상황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다. 나와 타인 모두를 끝까지 믿는다.

14. 소속감이라는 따스한 안도감을 온전히 누린다.

15. 나로 머물되 타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여행을 지속한다.~

<‘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카트린 지타(셀프심리코칭 전문가이며 여행 칼럼니스트) 지음, 배명자님 옮김,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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