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즐거운 시간이란 봄과 가을의 긴 풍우기인데, 그 때면 나는 오전은 물론, 오후에도 집 안에 틀어박혀 쉴새없는 바람 소리와 떨어지는 빗소리로 마음을 달랬다.
종종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나는 그들보다 지나칠 정도로 신의 은총을 더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나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면허증과 보증서를 신의 손에서 수여받아 특별한 지도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내 자신에게 아첨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있을 수 있다면, 신들이 나에게 아첨을 한다. 괴로움을 느낀 적이 없었으며, 혹은 조금도 고독감에 사로잡힌 적이 없었다. 그러나 꼭 한 번 있었으니, 그것은 내가 숲에 온 지 몇 주일이 지나서의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살고 싶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색을 함으로써 본심을 잊는 일이 없이 열중할 수가 있다. 우리의 의지의 의식적인 노력으로써 행위와 결과에서 초연히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사는 좋건 나쁘건 격류(激流)처럼 우리 곁을 지나간다.
우리는 자연 속에 전적으로 휩쓸려 있지는 않는다. 나는 물결에 흘러가는 나무 토막일 수도 있다고, 혹은 하늘에서 그 나무 토막을 내려다보는 인드라(뇌우,풍우, 뇌성을 장악하는 신)일 수도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인간적 실재로서 알 뿐이다. 말하자면 여러 사람과 감정의 장면으로써 알 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는 물론, 나 자신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어떤 이중성을 느끼고 있다. 나의 경험이 아무리 강렬하더라도 나는 나의 일부분이면서 나의 일부분이 아닌 것처럼, 나의 경험에도 참여하지 않으나 그것을 주목하고 있는 관객이며, 그것을 당신이 아닌 바와 마찬가지로 나도 아닌 나의 일부분이 존재하며 비평하는 것을 의식한다.
인생극이 -비극일지도 모르지만- 끝나면 관객은 제 갈 길을 간다. 그 인생극은 그 관객에 관한 한 일종의 소설이며, 오직 상상의 작품이다. 이와 같은 이중성은 우리를 불쌍한 이웃이나 친구로 쉽사리 만드는 일이 종종 있을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건전하다고 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과 같이 무리를 이루고 있더라도 곧 싫어지며 지치게 마련이다. 나는 고독보다 더 친한 벗을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방 안에 머물고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로 돌아다닐 때 대개는 더욱 고독하다. 사색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고독하므로, 그가 있고 싶은 곳에 있도록 하라.
케임브리지 대학의 혼잡한 방에서 정말 열심히 연구하는 학생은 사막의 도승만큼 고독하다. 농부는 들에서 혼자 풀을 베거나, 숲에서 나무를 자르며 일하지만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에 돌아오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 방 안에 혼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서’ 속을 풀며, 그가 생각한 대로 온 종일의 고독을 보상받을 수 있는 장소에 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집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아침이면 더욱 그러하다. 큰 소리로 지저귀는 호수의 농병아리나 호수 자체가 고독하지 않듯이 나도 고독하지 않다. 글쎄, 그 고독한 호수는 어떠한 벗을 지니고 있을까? 그러나 그 호수에는 그 푸른 빛깔의 물에 푸른 마귀가 아니라 푸른 천사가 있는 것이다. 태양은 홀로 있다. 구름 낀 날씨에는 두 개인 것 같이 보이는 때도 있지만 하나는 가짜 태양이다. 신 역시 홀로 존재한다. 그러나 마귀는 호롤 있기는커녕 수많은 동료를 만나며 대군을 이루고 있다.
대자연의-즉. 태양과 바람과 비,그리고 여름과 겨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순수성, 자애성은 그러한 건강과 환희를 영원히 줄 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에게 대단한 동정을 지니고 있으니. 만일 인간이 어떤 정당한 이유에서 슬퍼한다면 자연은 감동할 것이며, 태양의 밝은 빛은 사라질 것이며, 바람은 인간처럼 탄식할 것이며, 구름은 비의 눈물을 흘릴 것이며, 숲은 한여름에도 잎을 버리고 상복을 입을 것이다. 나는 대지와 지적인 교류를 갖는다. 내 자신이 일부분 나뭇잎이며, 식물의 양토(壤土)가 아니겠는가~?
<헬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독’에서 극히 일부 발췌 요약>
* 헬리 데이비드 소로: 미국의 사상가,수필가, 콩고드 출생, 에머슨의 영향을 받아 하버드대학 졸업 후 교사 생활을 하다가 오두막을 짓고 은거와 자급자족의 생활을 즐김. 대표적 에세이 <숲속의 생활>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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