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인 무지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를 출간하고 몇 년 뒤에 쓴 <진실과 실존>에서 다시 한 번 자기기만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사르트르는 결핵에 걸린 여자의 사례를 들어 자기기만과 고의적인 무지에 대한 이론을 펼친다. 이 여자는 피로감이 들고 몸무게가 줄고 밤에 땀을 흘리고 가슴이 아프고 피를 토하는 증상에도 자신이 결핵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자는 이 증상들을 따로 생각하면서 전체적인 의미를 부인한다.
여자는 병원에 갈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게 다른 활동에 몰두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강요하는 선택에서 도망쳐 정신을 분산하기 위한 행동이다. 여자는 자기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통해 새로운 인식의 문 앞에 서지만, 무지의 길을 택하고 만다. 새로운 인식에서 비롯될 책임, 치료법을 찾는 등 결핵에 대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기만의 중심에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고의적인 무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르트르는 무지가 인식의 결여가 아니라는 것 사실을 지적한다. 현실을 무시하려는 선택은 그 행동 자체로 현실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사르트르는 “무지 자체는 지식의 한 형태이다. 내가 존재를 무시하기를 원한다면 이는 존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인정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고의적인 무지를 불러일으키는 동기는 언제 어디서고 냉혹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마주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이다.
사르트르는 니체와 마찬가지로 진실을 아는 일, 사물의 존재를 아는 일, 인생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필요한 능력은 뛰어난 지적 능력이라기 보다 오히려 현실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성실함이라고 생각한다.
사르트르에게 고의적인 무지와 무책임을 피하면서 인간현실-인간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에서 유기된 존재, 자유로운 존재, 책임져야 할 존재, 도덕적인 존재라는 등-에 대한 실존주의적 진실을 용기있게 받아들이는 일은 곧 진정성을 택하고 자기기만을 극복하는 일이다.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게리 콕스 지음, 지여울님 옮김, 황소걸음 출판>
사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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