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고독한 사람들!
30세인 린지는 엄마가 됐을 때 고독하다고 느꼈다. “창 앞에 서서 건너편 이웃집을 내다보곤 했어요....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잠을 자고 있을까 생각하곤 했답니다....나 혼자만 비참한 기분을 느끼면서 깨어 있다고 느꼈죠.”
32세인 대니는 고독하다는 건 인간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나는 영구 동면에 빠진 작은 동물처럼 풀이 죽어 몸을 움츠렸죠. 헤어날 수 없고 모든 게 차갑기만 합니다.
과학자들은 고독감과 사회적 고립감이 뚜렷이 다른 개념이라고 말한다. 전자는 주관적이다. 우리는 우리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낀다. 친구도, 가족도, 사랑하는 사람도, 돌봐주는 이웃도, 후자는 객관적이다. 실제로 우리 옆에는 아무도 없다.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고독하다고 느낄 수 있다.
고독감은 현대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캐나다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독감을 호소하고 미국에서 고독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수는 17퍼센트 정도이다. 캐나다에서는 8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거의 50퍼센트가 고독하다고 말한다.
이 모두가 나쁜 소식이다. 주관적인 고독감은 사망 위험도를 26퍼센트, 객관적인 사회적 고립감은 사망 위험도를 29퍼센트 까지 높인다. 하지만 고독감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는 가끔 고독감을 느끼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 대학의 신경과학자 존 카치오포는 고독감을 배고픔과 갈증에 즐겨 비교했다. 고독감은 삶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빨리 뭔가를 바꿔야 한다고 말해주는 신호이다. 배가 고프면 먹을 걸 찾아야 하고, 고독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꾀해야 한다.
우리가 고독하다고 느낄 때 면역 체계는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그 상황에 더 유리한 항균 반응으로 전환한다고 말한다. 고독감이 낳는 또 다른 생물학적 결과는 수면 장애이다. 카치오포는 실험실 연구에서 고독한 사람들은 토막잠을 자고 편안히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밝혀냈다.
물론 이것은 건강에 안 좋은 소식이다. 수면 부족은 심장병, 당뇨병, 암을 의미할 수 있고, 결국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잠을 적게 자는 나라다. 영국인의 37퍼센트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아일랜드가 2위, 캐나다와 미국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독감이 수면 장애나 염증의 증가하고만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단순한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다. 고독한 사람들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활동이 증가하고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수면 부족은 비만, 심장병, 당뇨병으로 이어지고 종양을 키워 수명을 줄인다. 염증은 조직을 손상시키고 암의 원인이 된다. 높아진 코르티솔 수치는 면역체게와 혈압을 망가뜨린다.
과학자들은 181명의 사체를 연구한 결과, 무려 380개의 유전자가 이 고독한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작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대부분이 과도하게 작동했는데 면역반응, 알츠하이머병, 암과 관련된 유전자들이었다. 분명 고독감이 우리 영혼만 갉아먹는 건 아니다. 또한 우리 몸을, 유전자까지도 손상시킨다. 오래 살려면 이런 불쾌한 감정은 없는 게 더 낫다. 그리고 때로 필요한 건 따뜻한 샤워뿐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의 중요성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선을 베풀 때보다는 외로움을 느낄 때 샤워를 더 오래한다. 고독감과 체온이 연관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난방비를 절약하고 싶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떠올려라. 그러면 방 온도를 실제보다 2도나 더 높게 느끼게 된다.
심지어 따뜻한 차나 커피 한 잔도 우리의 온도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마실 것을 손에 들고 있을 때 우리는 동료나 친구를 더 신뢰하고 ‘따뜻하게’대하게 된다.
많은 동물의 경우, 서로 바싹 다가붙으면 소중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어떤 종의 경우에는, 개체의 기초대사율을 50퍼센트 이상 낮출 수 있다. 이는 결국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필요한 먹이의 양이 적고 차가운 기온을 견딜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 “좋은 차를 한 잔 따끈하게 마시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실 거예요. 부인.” 속상할 때 따뜻한 음료가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 있다고 말한 가정부는 뭘 좀 아는 사람이다. 따뜻한 초콜릿도 좋고 차도 좋다.
손을 따뜻이 데워주기만 한다면 뭘 마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비슷하게, 난로 옆에 앉아 있거나 뜨거운 물에 실컷 샤워하는 게 고독감을 줄여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아서 근본적인 의학적 해결하지 않고 타이레놀로 두통을 없애는 것과 다소 비슷하다는 점이다.
고독감을 없애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유감스럽게도 이는 힘든 싸움이다. 고립감은 행동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놓아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고독감을 느낀다면, 첫 단계는 이 감정이 생물학적 적응이지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기 탓을 멈춰라. 사고방식을 바꾸려 노력하라. ‘모두가 날 싫어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래, 내가 원하는 만큼 사회성 있는 건 아니야’라고 생각하라.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차를 마셔라. 사회적 위협에,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괴롭히는’지에 집착하지 마라!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P414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님옮김, 어크로스 출판>
* 마르타 자라스카 : 건강, 심리, 환경 등 문제들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탐사하는 전방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워싱턴포스트>,<디스커버> 등 유수 언론에 기고한다. 2016년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해 <네이처>‘최고의 과학책’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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