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가위바위보 필승법

[중산] 2023. 5. 17. 19:09

내 여행의 시간은 길고, 또 그 길은 멉니다.

나는 태양의 첫 햇살을 수레로 타고 출발해,

수많은 별과 행성들에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세계로 항해를 계속하였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 길을 돌아가야 하며,

가장 단순한 곡조에 이르기 위해 가장

복잡한 시련을 거쳐야만 합니다.

 

여행자는 자신의 집에 이르기 위해

모든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마침내 가장 깊은 성소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바깥세상을 헤매 다녀야 합니다.

 

눈을 감고 ‘여기 당신이 계십니다!’하고

말하기까지 내 눈은 멀고도 오래 헤매었습니다.

‘아, 당신은 어디에?’ 하는 물음과 외침이

녹아 천 개의 눈물의 강이 되고,

‘내 안에 있다!’라는 확신이 물결처럼

세상에 넘칠 때까지.

 

- <기탄잘리 12>부분

 

☞ 타고르는 불과 5년 만에 아내와 두 아이를 잃었고, 남은 세 아이도 곁을 떠나고 없었다. 장녀는 시집을 갔고, 장남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으며, 셋째딸마저 몇 달 전 시집을 간 후였다. 

 

군중 속의 고독은 더욱 견디기 어려워서 타고르는 강변의 별장에서 홀로 머물렀다. 이제 불필요한 감정들은 슬픔으로 불태워지고 그의 시는 일체의 군더더기 장식을 내던진, 신에게 바치는 노래가 되었다.

<‘기탄잘리’에서 일부 발췌,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지음, 류시화님 옮김, 무소의뿔 출판>

 

**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기탄잘리’는 ‘님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뜻으로, 타고르에게 ‘님’은 사랑과 기쁨의 대상인 신이고 연인이며 만물에 내재한 큰 자아이다.

 

타고르는 오늘날까지도 간디와 더불어 인도의 국부로 존경받고 있으며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롤랑 등 서양문인들뿐 아니라 아인슈타인과도 교류하였고,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에게 동양철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우연을 도구로 싸움에서 이기는 법

 

사실 싸움에서 우연을 이용하는 것은 태곳적부터 활용되어온 성공 전략이다. 토끼가 도망칠 때도 마찬가지이다. 토끼가 달리다가 급하게 방향을 바꾸는 걸 보면 추적자를 따돌리려는 행동 같지만, 사실 추적자가 보이지 않을 때도 지그재그로 달린다.

 

무작위로 달리면 적을 교란하는 것이다. 대개 이 전략은 꽤 성공적이다. 우연에 맡겨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덕분에 토끼는 목숨을 건졌다. 토끼가 정해진 각본대로 달아난다면 여우나 매는 벌써 그 각본을 파악한 지 오래일 것이다.

 

하지만 토끼도 두족류(頭足類:문어,낙지, 오징어 등을 지칭하는 생물분류)의 위장술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두족류는 생명이 위험하면 적수가 거의 따라잡을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몸에 예측할 수 없는 순서로 요란한 무늬들이 나타나는데 어떤 무늬들은 몇 초 동안 지속된다.

 

동물들은 약자를 쓰러뜨리고 강자를 피하기 위해 속인다. 그러나 인간은 같은 인간 앞에서 위장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중개업자에게 집값을 최대한 어느 정도까지 예상하는지 이야기해준다면 중개업자는 곧바로 최대 가격을 말할 것이다.

 

또한 별것 아닌 일로 무섭게 화를 내고 내일이면 친절한 인간으로 돌아가는 상사들이 있다. 직원들은 이런 상사를 보고 다혈질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성질을 내는 행동은 권력을 잡으려는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

 

아주 작은 잘못으로 몰아세우는 상사는 다른 직원들에게 섣불리 까불지 못하게 한다. 물론 좋은 상사는 직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되도록 관용을 베푼다. 하지만 이렇게 관용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 분명히 하면 심술궂은 직원들이 버릇없이 굴 수 있다.

 

따라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혼란을 유발하여 지배권을 확실히 하는데 이상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악명 높은 전제군주들은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무정부 상태는 절대 권력으로 가는 도약판이다”라고 말했다.

 

 

 

 

 

 

가위바위보 필승법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상대의 의도를 꿰뚫어야 한다. 어떤 전략이 최상일까? 정답은 우연에 맡기는 것이다. 계속 순서를 반복하면 상대가 알아챌 것이다. 결국 상대편이 예측불가능하게 무작위 적으로 내는 것이다. 들판을 지그재그로 달아나는 토끼처럼 말이다.

 

이번에는 *주식 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 주식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 사람들은 나를 경제개념이 밝다고 생각한다.

- 은행 금리정도를 감안해서 대출하면 소득으로 이어질 것이다.

- 투 잡식으로 생각해서 회사 다니면서 하면 돈벌이가 될 것이다.

- 지금 회사에 다녀 봐도 미래에는 큰 전망이 없어 보인다.

 

 위의 각각의 가정들이 들어맞을 확률을 후하게 쳐서 80%하고 하자, 그래도 모든 일이 자신이 기대한 대로 이루어질 확률은 3분의 1에 못 미친다. 다섯 가지 가정이 모두 명중할 확률은(0.80×0.80×0.80×0.8×0.8=0.327)로 32.7%다.

 

가령 50%로 본다면 확률은 3.123%로 턱없이 낮아질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다섯 가지가 아니라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은 올랐을 때만 이득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경우로 이득을 보는 편(레버리지, 인버스, 공매도, 선물옵션에 따른 현물 변동성 등)이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더 많고 복잡하다. 게다가 의식적으로 우리가 계산할 수 없는 여러 변수(국내외 경기, 재난, 사건 등)들이 많아 우리의 예상을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

 

게임 이론을 알고 있는 것이 어찌 우리뿐이겠는가? 이것이 폰 노이만의 게임 이론의 배후 논리이다. 상대편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면 상대편의 결정에 상관없이, 어떤 우연한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이 행동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이다.

 

게임이론의 신봉자들은 승리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어떤 상황이 되든 가능하면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가위바위보에서의 ‘혼합 전략’ 역시 이런 원칙을 따른다. 무슨 수를 써도 상대방은 우연의 나열에는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님 옮김, 포레스트북스> * 슈테판 클라인 : 뮌헨대학교에서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프라이푸르크대학교에서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의 객원교수로 일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이타주의가 지배한다>등의 저서가 있다.

* 주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명중할 확률을 위의 예문으로 대체해 봤는데 깊은 이해를 바란다.<중산>

5월 초순, 해인사 소리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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