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댓국집 늑골이 시릴 정도로 쓸쓸한 날은 혼자 술을 마십니다. 부를 만한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제 심경을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어서입니다. 따지고 보면 외롭지 않은 존재가 어디 있을까요. 그러니 혼자 고통을 지고 가는 양 마주앉은 사람을 무겁게 할 필요는 없지요. 혼자 마시는 술맛도 환경이 어느 정도 맞아야 완결성을 갖습니다. 먼저 주변이 너무 번잡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조건을 따지다 보니 결국 ‘장사가 잘 안 되는 집’을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집은 장사가 잘 될 조건은 단 하나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위치부터 후미진 곳입니다. 더구나 주인이 친절한 것도 아닙니다. 늙수그레한 부부가 서빙과 주방을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