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사랑, 감사

[중산] 2013. 12. 27. 07:36

사랑, 감사, 친절

감사(gratia) 또는 사은(gratitudo)은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우리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에게 친절하고자 하는 욕망 또는 사랑의 노력이다. -스피노자,<에티카>에서-

 

 

스피노자가 말하려는 것은, 감사의 감정에는 분명 사랑이라는 열정적인 감정이 함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감사의 표현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열정을 식힐 수 있다. 식히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서둘러 상대방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지도 모른다.

 

서로 알고는 있지만 고백할 수 없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마무리 될 때, 지금까지 고마웠다고, 나랑 함께 있어 주어서 감사하다고, 선생님과 제자사이, 유부남와 유부녀 사이, 신부님과 여성도 사이, 스님과 여신도 사이 싹튼 사랑은 모두 이렇게 끝나는 것 아닌가. 이처럼 서로에게 친절하려고 할 때, 같은 말이지만 서로에게 감사할 때,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에 대해 일정 정도 거리를 두려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의 감정은 서러운 감정이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이별을 앞두고 몰리나와 발렌틴이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것, 그것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다는 어떤 거리감 때문에 생긴 것이니까.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격렬하게 서로를 껴안으려고 한다. 한마디로 상대방을 소유하고, 동시에 상대방에게 소유되려고 한다. 그 사람이 없다면, 자신의 삶이 무의미해진다는 절박감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하겠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제대로 관철된다면, 친절의 행위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때론 무례할 수도, 때론 거칠 수도, 때론 화를 낼 수도 있다. 물론 때에 따라 친절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행동 양식들은 사랑이라는 폭발적인 감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친절이 사랑에 빠졌던 사람을 지배하는 유일한 행위가 될 때는, 사랑에 아주 심각한 위기가 찾아든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너무나 예의바르고 친절할 때, 우리는 그가 내게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지 않는가. 더 심각한 것은 상대방이 내게 지금까지 고마웠다고 감사를 표할 때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것이 친절한, 너무나도 친절한 이별 선언이라는 것을 누가 모를 것인가.<“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극히 일부 요약발췌.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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