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멜랑콜리 : 행복에 이르는 길

[중산] 2020. 12. 11. 16:36

 

나이 드는 것은 슬픈 일이다. 몸은 예전처럼 유연하지도 않고 친구들은 죽어가고 건강은 걱정되고 기억은 나빠진다. 이러니 노년이 뭐가 좋겠는가? 그러니 멜랑콜리는 갈망과 기쁨처럼 자연스런 기분이다. 그것을 이해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멜랑콜리를 아는 순간 행복은 모르게 될 것이다.

 

멜랑콜리(우울감, 구슬픔, 통상적으로 딱 이렇다 할 이유 없이 괜시리 기분이 울적하고 뭔가 애매한 기분, Melancholy) 그 말 자체는 중세적 뿌리를 지닌다. ‘Melanis'는 검은색을 의미하고 ’choly'는 고대의 기질 또는 성격적 특질 중 하나를 가리킨다.

 

늙어가면서 슬픔은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그것을 이겨내려고 약을 먹거나 인위적으로 행복해지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사실 실존적이고 자연스러운 이 슬픔을 받아들이면, 그것은 압도적인 감정이 아니라 다른 기분들처럼 한 가닥의 기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울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대안이 있다. 느끼고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슬프면 슬프다고, 아쉬우면 아쉽다고 하자. 화가 날 경우에는 목소리로 표현하고 분명하게 말하자.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감정 문제는 가벼워 질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현자 피노치는 ⌜인생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멜랑콜리를 어떻게 다루는 게 좋을지 말하고 있다. ‘빤짝이는 물이나 녹색이나 빨간색 사물을 응시하는 것이 좋다. 정원이나 숲, 강가나 아름다운 초원을 걷는 것도 좋다. 또한 승마나 하이킹, 차분한 항해 등 온갖 종류의 다양한 일들, 그러니까 유쾌하고 편안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기분 좋은 사람들과 늘 함께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피노치가 반짝이는 물가를 산책하라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반짝거림이다. 그 반짝거림을 볼 수 있도록 천천히 걸어야 한다. 숲속을 산책하고 반짝이는 호수나 강을 찾고, 부정적인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는 게 좋다.

 

자연 속에서, 그리고 우호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면서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 된다. 멜랑콜리를 받아들이고 실제로 멜랑콜리해지면서, 또한 좀 더 활기 있고 흥미로운 활동으로 그것을 완화시키는 길을 찾는 것이다.

 

나는 거의 매일 노년의 멜랑콜리를 느낀다. 아내는 밤에 멜랑콜리해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침에 그렇다. 멜랑콜리는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규칙도 있는 것도 아니다.

 

철학에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된 것이다’라는 오래된 말이 있다. 존재하려면, 생명과 활력을 가지려면 보여야 한다. 정확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보일 때 나는 존재하게 된다. 보임으로써 존재로 나아가게 된다. 나의 생명을, 나의 현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부끄러워 숨는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덕경⌟은 ‘행복은 비참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본다면 쾌활함은 멜랑콜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멜랑콜리는 행복의 어머니, 행복의 뿌리이자 기반이다. 멜랑콜리를 허용할 수 있다면 더 깊은 행복을 맛볼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갖는 것이다.

 

때로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저 슬픔을 피하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보다 심리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행복은 불행에 대한 방어일 수 있다. 우리는 불행하거나 슬픔을 보이기를 원치 않으며, 그래서 실재하지 않는, 적어도 깊이가 없는 쾌활함을 드러낸다. 이 거짓 행복은 실제 만족을 주지 않지만, 어쨌든 순간적으로는 슬프게 보이는 것보다 낫게 느껴질 수 있다.

 

현자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날카롭지만 꿰뚫지 않는다는 ⌜도덕경⌟의 구절을 기억하자. 꿰뚫는 것은 너무 나가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부드러워지지는 말자. 날카로워지자. 멜랑콜리도 비슷하다. 자신의 우울로 주위를 물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슬퍼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 중에 늘 쾌활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아마도 그 사람에게는 미숙한 구석이 보일 것이다. 어쩌면 그 사람은 삶의 어려운 도전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비참한 것이 이치에 닿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멜랑콜리에 전적으로 굴복하지 않고 그것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면 무언가를 말해주는 사려 깊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삶의 기술의 기본이다. 미묘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먼저 삶에 대한 성찰부터 해야 한다.그 안 좋은 면도 포함해서, 이 규칙은 나이 드는 일에도 적용된다. 항상 유쾌해지려고 애쓰는 것을 그만두고 온전히 인생을 사는 고통과 수고의 진가를 이해하기 시작할 때 우리의 천재성은 나타날 것이다.

 

물론 늙는 것은 슬픈 일이고, 멜랑콜리의 아픔은 아마도 서서히 노년으로 접어들 때부터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 아픔은 찌르는 듯해 우리를 처지게 하고 우리의 기쁨을 감소시킬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삶의 깊이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예리한 이해력을 가져다주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울 때 익숙해져야 하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너무나 흔한 선물 중 하나이다.

 

<‘나이 듦에 대한 희망의 여정 나이 공부’에서 요약발췌, 토마스 무어지음,노상미님 옮김, 소소의 책 출판>

*토마스 무어: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이자 심리치료사다. 한때 수도사였고 음악가였으며 대학교수로 재직하다가 심리치료사가 되었다. 미시건대학 음악학 석사, 윈저대학교에서 신학 석사,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종교학으로 철학박사 학위 수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영혼의 돌봄⌟으로 46주 연속1위 기록을 세움.

다대포해수욕장
오른쪽은 몰운대, 왼쪽은 모자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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