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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세계

산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산의 모습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 그들의 얼굴 속의 뼈들은 솟아오른 암석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고갯길, 숨겨진 곳, 산봉우리들이 있다. 그리고 두 뺨 위의 두 눈의 밝은 빛은 어두운 첩첩산중 위에 드리워진 하늘의 밝은 빛과 같다. 바닷가에 사는 그 누구에게나 바다의 특징이 형상으로 나타난다. 얼굴의 솟아오른 부분들, 코, 입 등의 불거져나온 부분들은 마치 얼굴이라는 드넓은 바다 속에 있는 배들과도 같다. "오늘날 인간의 얼굴에는 어떠한 바다도 어떠한 산도 없다. 얼굴이 더 이상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에게서 밀어내 버린다. 얼굴에는 더 이상 그런 것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뾰족한 극단에 놓이게 되고, 외부 세계는 그 뾰족한 극단에서 떠밀리고 흔들려서..

독서 자료 2020.11.26

뮈세 시선

즉흥시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모든 추억을 지워 버리고, 생각을 고정하라. 멋진 금빛 축 위에 조화롭지만 불안정하고, 근심스럽지만 부동의 상태로 생각을 유지하라. 물론 한순간의 꿈을 영원하게 하라. 진리와 미를 사랑하고 그 둘의 조화를 찾으라. 마음속으로 정령(精靈)의 메아리를 들어라. 아무 목적 없이, 아무렇게나 홀로 노래하고 웃고 울라. 미소나 단어, 한숨이나 시선에서 경외와 매력이 넘치는 뛰어난 작품을 만들라. 눈물에서 진주를 만들라. 그것이 바로 이승에서의 시인의 열정이니라. 그것이 바로 시인의 행복이고 인생이며, 야망이니라. 안녕히, 쉬송* 안녕히 쉬송! 나를 일주일 동안 사랑했던 나의 백장미여!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쾌락은 종종 최고의 사랑을 만들어 냅니다. 내가 당신을 ..

독서 자료 2020.11.21

내가 믿는 이것!

없이 산다는 것 간소한 삶을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우리 가족의 전통이기도 하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세계 대공황을 겪었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다. 가족들 모두 지독한 가난을 견뎌내고 희생을 감내했던 이야기들이다. 아버지는 운 좋게 직장에 나갈 수 있었지만 5센트의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사무실까지 스물여섯 블록을 걸어서 출근하셨다. 고등학교 다니던 언니는 수선한 옷을 입고 다녔다. 할머니는 매일 아궁이에 넣는 석탄의 수를 세셨다고 한다. 그때는 집에서 멀리 벗어나 돌아다니는 일이 없었고 다들 집 근처에서 지냈다. 이미 갖고 있는 것만으로 살아가며, 그것이 무엇이든 감사히 여기던 시절이었다. 내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또 다른 경제 위기를 겪을 때는 더욱 많은 희생이 필요했다...

독서 자료 202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