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2
-김용택
어제는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닿는 빗방울들,
풀잎들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
파랗게 자라고
나는 당신의 살결같이 고운 빗줄기 곁을
조용조용 지나다녔습니다
이 세상에 맺힌 것들이 다 풀어지고
이 세상에 메마른 것들이 다 젖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 마음이 환한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정말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 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 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자랐답니다.
정말이지 어제는
옥색 실같이 가는 봄비가 하루 종일 가만가만 내린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부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봄을 맞는 자세2
- 이정하
봄이 와서 꽃 피는 게 아니다
꽃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이다
긴 찬 겨울 찬바람 속
얼었다 녹았다 되풀이하면서도
기어이 새움이 트고 꽃 핀 것은
우물쭈물 눈치만 보고 있던
봄을 데려오기 위함이다
골방에 처밖혀 울음만 삼키고 있는 자여,
기다린다는 핑계로 문을 잠그지 마라
기별이 없으면 스스로 찾아 나서면 될 일,
멱살을 잡고서라도 끌고 와야 할 누군가가
대문 밖 저 너머에 있다
내가 먼저 꽃 피지 않으면
내가 먼저 문 열고 나서지 않으면
봄은 오지 않는다
끝끝내 추운 겨울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은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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