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행복은 손에 넣기 쉽다
누구에게나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은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낯설고 서툴 수밖에 없기에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던 본질적인 원인과 그 일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깨닫지 못한다. 이것은 오직 긴 시간이 흐른 후 지금의 잘못이 만들어낸 거대한 결과의 파도를 뒤집어쓴 다음에야 깨달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중년기에 깨달을 수 있다. 불운한 경우에는 죽음의 순간에서야 깨닫게 된다. 더 불운한 경우에는 영원히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깨달음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해답을 찾기 위해선 먼저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문제를 정확하게 모르면 정답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문제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오답인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지나온 시간 내가 선택한 수많은 ‘예스’와 ‘노’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것이 정답이었는지 오답이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중년기다. 젊은 날에 선택한 수많은 오답의 파장이 중년기에 들어서는 순간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처도 후회도 많은 시기일 수 있다.
젊은 날의 선택들은 당연히 정답보다 오답이 많다. 설령 얼마 지나지 않아 그때의 정답이 ‘예스’가 아니라 ‘노’라는 걸 깨달았다 하더라도, 오답을 선택했던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는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기가 중년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제 와서 문제를 안다 한들 과거와 현재가 달라지는 게 있겠느냐고 생각하며 어리석었던 자신의 과거와 대면하는 고통을 미루거나 회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적어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함으로써 똑같은 고통을 겪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의 미래는 현재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질리안 역시 두 번의 불행한 결혼생활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자신과 대면할 용기를 내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지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죠. 내가 이런 인생을 살 거라고 어느 누가 예상했겠어요. 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정말 다행이죠. 내 불행에 내가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알았으니 앞으로 달라질 거예요. 제일 먼저 분노와 원망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일부터 없어졌으니까요.”
어린 시절의 질리안은 집안은 물론 마을에서도 촉망받는 인재였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보였던 그녀는 고등학교도 마치기 전에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 세계적인 우주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목표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하버드의 천재들 속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첫 번째 연애에 실패하면서부터 질리안은 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구실 동료였던 첫사랑은 너만을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을 지껄이면서 질리안의 친구와 양다리를 걸쳤다. 자신의 순수한 마음이 지저분한 바람둥이에겐 그저 심심풀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녀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단순한 실연의 아픔으로 끝나지 않았다. 질리안의 자존감은 짓밟았고 자기비하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만약 그녀가 실연의 충격을 혼자서 극복했더라면 더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물네 살의 질리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혼란과 슬픔에 빠져있던 그녀를 위로해주던 선배에게 인생을 의탁해버렸다. 질리안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꼼꼼이 살펴보지도 않고 그저 좋은 사람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때 그 남자가 위로가 되는 좋은 선배였던 것만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선배가 좋은 남편은 되지 못하면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탈락한 연구소에 그녀가 채용되자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녀는 남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신에게 찾아온 많은 기회를 떠나보냈다. 하지만 그렇게 희생했어도 아내의 능력을 질투하는 못난 남자를 만족시키긴 힘들었다. 결국 서른이 될 때까지 물리학자로서 퇴보만 거듭한 채 질리안은 이혼이라는 아픈 길을 선택해야 했다. “나쁜 일이 일어났다면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해요. 하나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파장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은 나쁜 결과가 일어났다는 사실만 생각해요. 그러고는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다가 일을 더 나쁘게 만들어버리죠. 침착하게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데, 솔직히 서른 살짜리에게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였죠. 당시 나는 어떤 것이 맞는 선택인지 전혀 알지 못했어요.”
서른 살이 된 질리안은 열일곱 살에 하버드에 입학할 때 가졌던 세계적인 우주 물리학자의 꿈과는 너무 멀어져 있었다. 석사 과정을 끝낸 후부터 그녀는 모든 기회를 흘려보냈기 때문에 경력란을 채울 게 없었다. 그러니 일류연구소에 들어가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처지가 되었다. 할 수 없이 그녀는 한 기업의 연구소에 들어갔다. 기업 연구소는 대학 연구소와는 설립 목표부터 달랐다. 질리안은 신제품 개발이라는 연구소의 목표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녀는 줄곧 하버드의 천재 소녀가 제품 개발 연구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힘든 고비를 넘겼어야 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질리안은 두 번째 결혼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언제나 최악의 선택은 문제에서 도망치려고 할 때 하게 되죠. 해결하기보다는 도망칠 궁리만 하다 보니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나쁜 게 뭔지 아세요? 뒤늦게나마 잘못된 선택인 걸 알았으면서도 후회만 하는 거예요. 늦었더라도 그만두든지 아니면 비록 잘못된 선택이지만 조금이라도 개선해보려고 노력하든지 둘 중 하나는 택했어야죠. 후회만 하면서 미적거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어요.”
한 번 늪에 빠지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질리안 역시 단호하게 ‘노’를 외쳐야 했지만 매번 어설픈 희망에 붙들려 시궁창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는 와중에 두 번째 남편의 연구실의 일급비밀을 빼돌려 사업을 시작하려다 발각되었다. 그 헛된 욕심 때문에 그녀는 남편과 함께 범죄자란 낙인까지 얻게 되었다.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나서야 질리안은 이 모든 불행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선 객관적이고 현명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과 관련되어 있을 때는 명쾌하게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자신의 문제에서 가장 좋은 답을 찾는 방법은 자신과 자신의 문제 자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늘 가장 나쁜 답을 선택한다. 그리고 늘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원래 답이 없는 거잖아.’
그러나 이것은 중년의 입으로 하기엔 민망한 말이다. 인생은 답이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중년쯤 되면 짚고 있어야 한다. 중년기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을 되짚어보는 시기다. 그리고 자신이 해왔던 여러 가지 실수들을 덮어두려 할 게 아니라 과감히 수정펜을 들어야 하는 시기다. 중년은 자신의 인생을 수정하고 교정할 특별한 기회다. 다시 말해 중년기의 가장 큰 목표는 인생 전반부에 했던 실수를 후반부에 다시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것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은 성공이다. 나머지 인생에 행복은 저절로 따라온다.!<“나이와 행복을 함께 초대하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데이비드 니븐 지음, 역자 임은경님, 명진출판>
11월의 둥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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