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과 내성적인 성격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내성적인 나는 왜 늘 작아 보이는가?
수줍음은 인간관계의 잠재적 위험에 매우 민감해져 관계에서 겪을지도 모를 고통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수줍음이 심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의미 있고 중요한 관계까지 다 피해버리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물론 이 방법은 논리적으로 봤을 때 고통과 불안을 피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이고, 실제로 불안감이 줄어드는 등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선택한다면 의미 있는 관계를 하나도 맺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외로움과 같은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특히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주위에 털어놓을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더욱 고통스러워지고 결국 자신을 탓하고 미워하게 된다. 그래서 수줍음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지나치게 자신을 비난하고 원망하는 경우가 많다.
수줍음 때문에 가슴 아픈 내 인생!:한 연구에 따르면 문제적 수줍음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자기비난, 숨겨진 자의식, 수치심, 분노다. 한편 마음과 관련된 습관은 종종 의식의 문턱 아래에서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습관은 우리의 전부가 아니라 그저 행동일 뿐이다. 그런데 한 번 형성된 행동습관은 대부분 예측할 수 있으며 자극을 하면 나타난다. 예를 들어 혼자 점심을 먹으려고 레스토랑에 간다고 해보자. 동료가 당신이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다가와서 자신의 일행 세 명과 합석하자고 제의한다. 합석 제의에 마음이 불편해진 당신은 일단 겉으로 미소 지으며 고맙다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점심식사를 포장하려고 들렀다는 핑계로 거절하고는 도망치듯 계산대로 향한다.
사실 이는 미리 계획한 행동이 아니다. 무의식중에 자동으로 나온 행동이다. 레스토랑을 나가면서 안도감이 몰려오는 동시에 절망감도 몰려와 자신을 탓하게 된다. 포장해온 음식을 차 안에서 혼자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된 데다 사교성이 부족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원망감도 느껴진다. 이처럼 보통 수줍음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신과 정서에 관련된 특정 습관들이 합쳐진 그 사람만의 패턴이 있다. 이 패턴은 자동으로 발동해 통제하기 어려우며, 인생에 커다란 고통과 문제를 가져다준다.
당신은 문제적 수줍음의 패턴에서 반드시 벗어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패턴이 당신의 인생을 자동으로 정의하고 제한해버린다. 그런데 수줍음의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행동패턴을 살펴보고 그것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알아야 한다. 패턴이 고정되어 있는지, 융통성이 있는지, 변하는지, 변하지 않는지부터 생각해보자. 그 패턴이 당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어떤 생각과 감정이 그 패턴을 이루며 당신의 행동을 어떻게 자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수줍음의 패턴을 깊이 들여다보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시작되어 단단히 굳어진 습관에 아무 생각 없이 휘둘릴 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오래되고 해로운 습관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그것이 반복되는 모습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바로 그때 마음챙김이 매우 중요하다. 마음챙김의 자세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편 어떤 상황에서도 무의식적이 아니라 신중하게 의식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단 반응을 보이기 전에 1∼2초 정도 멈추어라. 의식적으로 잠시 멈추면 상황에 자동으로 반응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해서 대응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상황이라면, 합석하자는 동료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자. 물론 합석하기 싫다는 똑같은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자동적인 반응이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내린 선택이다. 원한다면 혼자 테이블에 앉아서 점심을 먹어도 되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동료와 합석해도 된다. 어느 쪽이든 괜찮다. 당신의 인지와 정서적 상태에 대해 마음챙김을 하게 되면, 그것들을 명확히 알 수 있고, 주의와 정서를 더 잘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수줍음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문제다: 수줍음의 패턴을 살펴보면 어떤 형태나 방식으로든, 미래 예측하기, 최악의 경우 상상하기, 회피하기 등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엿보인다. 이를테면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는 패턴은 어떤 일의 결과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자신이나 타인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떤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혐오반응은 통제 전략의 일종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심 있는 척 열심히 듣거나, 길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슬그머니 옆 가게로 들어가 피한다. 이 책을 통해 이 같은 수줍음의 패턴을 이루는 요소를 살펴보고, 어떤 상황에 대한 당신의 예측과 판단, 혐오반응을 돌이켜보면, 그 패턴에 계속 얽매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또 자신의 행동방식을 의식하면 상황에 따른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행동 방식을 의식함으로써 당신의 인생을 자동조종장치에서 해제시킬 수 있다.
수줍음이란 무엇인가?: 수줍음은 성격적 특성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하는 인간의 기질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수줍음을 겸손함이나 조용함, 점잖음과 같은 긍정적 특성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수줍음에는 긍정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그것이 ‘문제적’ 수줍음을 만든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불안감이나 사회적 불안이 그러하다. 이 둘은 방어행동으로 이어진다. 또 수줍음을 내향성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향성이 반드시 수줍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향적인 사람은 내면에서 에너지를 얻는 반면에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에서 얻는다. 따라서 내향적인 사람은 사교적 행동보다는 단독 행동에서 큰 만족을 느끼므로 혼자 행동하는 것을 선택한다. 반면 수줍은 사람들은 불안이나 두려움 때문에 혼자 하는 행동을 선택한다. 즉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모두 수줍음을 느낄 수 있다.
원인이 아니라 선택이 중요하다: 마음챙김의 자세로 수줍음에 대처하려면, 수줍음이나 사회불안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고, 현재 일어나는 일에 의식과 연민을 쏟아부어야 한다. 마음챙김의 길은 불안을 알고 의식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회피하는 자세에서 수용적 자세로 바꾸면, 불안은 당신 성격의 더 주변적이고 덜 중심적인 것이 된다. 즉 당신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가 된다. 예를 들어 불안이 느껴질 때 그것을 의식하면서 ‘불안’이라고 이름 붙였다면, 그렇게 이름 붙인 이유를 잠시 생각해보고, 충분한 여유를 가진 후 하던 일을 계속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당신의 삶에 존재하는 사회불안을 인정해야만 더욱 신중하게 대처할 수 있다. 생각과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실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자. 그러면 공포가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인지, 아니면 단순히 미래의 재앙이 투사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의식이 깨어나면 공포체의 자기보호 체계를 이해하고, 고치고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연민 어린 의식과 수용의 자세로 생각, 감정, 반응의 자동조종장치를 해제하고, 몸과 마음을 스스로 진정시킬 수 있다.
마음챙김, 어떻게 할 것인가?(마음챙김 호흡) - 당신은 언제나 호흡을 하고 있으므로 호흡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마음챙김을 할 수 있다. 이는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적이면서 편리한 방법이다. 여기에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마음챙김 호흡을 소개한다. 아래 방법을 읽은 후에, 눈을 감고 약 5분 동안 호흡과 함께 현재에 머물러라.
① 지금 당신이 있는 곳에서 편안하게 앉는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제대로 지탱해 균형 있고 위엄 있는 자세를 유지한다. 머리와 목, 몸은 너무 꼿꼿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중간 정도로 정렬한다. 이때 경각심을 가지고 깨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있되 졸지 않도록 한다.
② 호흡에 주의를 기울인다. 호흡이 오갈 때 배의 감각에 집중하라. 배에 손을 올려놓고 움직임을 느껴도 좋다. 숨을 들이마실 때 배가 나오고 내쉴 때 들어가는 움직임을 의식하라. 호흡은 횡격막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하는 것이므로, 숨을 들이마시면 횡격막이 배 아래쪽으로 팽창해서 배가 나온다. 배가 나오고 들어가는 부위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호흡이 자연스러운 속도로 이루어지도록 내버려둔다. 호흡 방법은 당신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호흡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저 가만히 내버려둔다. 다른 곳으로 정신이 흐트러지면 다시 배의 움직임을 느끼고 호흡에 집중하라. 적어도 5분 동안호흡 감각을 이용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원한다면 좀 더 오랫동안 해도 좋다.
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2분 동안 이 질문을 떠올려본다. 당신이 지금 수줍음과 사회불안증을 헤쳐 나가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인가? 두려움과 불안, 회피에서 자유로워진다면, 당신과 당신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것은 매우 간단한 수행법이지만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다음에 불안이 몰려올 때 꼭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마음챙김으로 수줍음, 불안, 두려움을 치유할 수 있다
깨달음이 치유의 첫걸음이다: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판단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고, 오롯이 현재에 충실하는 깨달음 상태를 말한다. 자신을 판단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연습을 통해 모든 경험을 그렇게 의식할 수 있다. 인간관계는 물론 생각이나 감정으로 이루어진 내면세계도 마찬가지다. 또한 불안이나 공포 같은 감정도 마음챙김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삶은 패턴의 지배를 받는다. 그 패턴은 예측할 수 있고, 엄청난 고통을 초래하는데도 우리는 돌이켜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자주 수줍음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무의식중에 똑같이 반응하게 만드는 특정한 사회적 신호가 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의식하면 생각과 감정의 반응을 바꿀 수 있다.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거나 회피하는 패턴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수줍음의 패턴을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으로 내면의 습관을 바라보면, 생각이 감정과 행동에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언제 자기의심이나 회피 같은 습관에 굴복하게 되는지도 알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똑같은 덫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의식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체계를 구성하는 내재적 요소다. 비록 자주 사용하지는 않아도 그것은 언제나 당신의 일부로 존재했다. 의식은 당신이 현재에 머무를 때만 사용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현재에 머무르지 못한다. 언젠가 지나치게 인간적인 딜레마에 관한 내용이 적힌 자동차 범퍼 스티커를 본 적이 있다. ‘지금 나는 여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나도 여기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문구였다. 이처럼 우리가 현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상한 미래나 걱정스러운 과거 어딘가에 머물러 있거나, 머릿속으로 뭔가 다른 일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간의 의지만 있으면 현재를 의식하면서 생각과 감정을 관찰할 수 있다. 현대인은 대부분 지금 여기에서 하는 즉각적인 경험과 동떨어진 채 사회화되었으며, 타인이 기대하는 행동을 하도록 길들여졌다. 이 길들여진 자아가 고통스러운 수줍음을 만드는 것이다. 마음챙김을 연습하다 보면, 오래된 습관이 아닌 현재의 의식이 당신의 자아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챙김으로 바라보는 수줍음과 내성적인 성격: 마음챙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경험에 최대한 충실하고, 판단하거나 애쓰지 않는 상태에서 의식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챙김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행동방식을 의식하는 기술은 마음챙김을 하면 할수록 조금씩 성장한다. 수줍음을 의식하고 깨닫게 되면 이내 그것의 실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대신 수줍음을 느끼는 경험이 특정한 사고와 정서, 감각, 행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발견한다. 이 네 영역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기울이면,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사고와 정서가 연결되어 있으며 정서는 특정한 신체 감각들과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과 이어져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살면서 가장 수줍음이 심했던 시기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사고), 그래서 불안했다(정서). 때로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이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만 같아서(투사),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목이 메었고(신체 감각), 갑자기 무언가에 심하게 이끌려(회피와 고립),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행동). 이렇듯 마음챙김을 알아차리면 모든 생각이 사실은 아니며, 감정과 행동은 오래된 습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당신의 의지만 있다면 자동조종장치를 완전히 해제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평온함이 찾아온다
마음챙김,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마음챙김을 위한 일곱 가지 태도: 마음챙김은 초심, 판단하지 않기, 애쓰지 않기, 인정하기, 수용하기,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기, 집착하지 않기와 같은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 일곱 가지 태도는 그 자체로도 매우 유익하므로 자세히 살펴보자.
[초심] 초심은 무언가를 처음 경험하는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을 처음 대하듯 바라보고 현재에 충실한다는 뜻이다. 초심을 가지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마음챙김을 수행할 때 동료와 벌였던 언쟁이 떠오르거나 저녁 메뉴를 고민하거나 자신의 명상 태도를 비판하게 되는 등 잡념이 들 때마다, 초심을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거나 과거를 되새길 때마다 초심으로 주의를 현재로 되돌릴 수도 있다.
[판단하지 않기] 마음챙김을 통해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키우려면, 정신이나 정서, 감각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면 안 된다. 선악이나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지 말고, 경험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여야 한다.
[애쓰지 않기] 애쓰지 않기는 자신을 비롯해 그 무엇도 바꾸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적의식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소극적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애쓰고 쟁취하는 태도에서 허용하고 발견하는 태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버려두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애쓰지 않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단지 속도가 조금 느리고 인내심이 필요할 뿐이다.
[인정하기와 수용하기] 인정하기는 자신의 경험을 확인하는 것이다.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고, 스페이드 카드를 그저 스페이드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수용하기는 경험으로 인정한 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수용은 경험의 진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지, 자신에게 해로운 외부 사건이나 상황에 수동적으로 굴복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버려두기와 내려놓기] 그대로 내버려두기는 밀어내거나 매달리지 않고 내면의 경험과 마주하는 자세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기 위함이다. 내려놓기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내려놓기는 수용하기와 마찬가지로 싫은 것에 수동적으로 굴복하거나 묵인한다는 뜻이 아니다. 마음챙김 수행에서 ‘내려놓기’는 자신의 경험을 밀어내거나 매달리려는 충동과 관련 있다. 마음챙김으로 충동을 내려놓고 집착을 버려야 한다.
더 이상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생각은 진정한 내가 아니다
글로리아는 유명 미용실에서 머리 스타일을 바꿨다. 다음 날 아침 직장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료 두 명이 자신을 쳐다보며 웃는 모습을 보고 창피해졌다. 글로리아는 동료들의 반응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새로운 머리 스타일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로 자꾸만 자신의 머리 스타일이 거슬렸고, 어디론가 숨고만 싶었다. 다시는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휴게실에서 한 여자 동료가 글로리아의 옆에 앉았다. 함께 커피를 마시는 동안 동료가 미소를 지으며 글로리아의 새로운 ‘머리 스타일’이 멋지다고 칭찬했다.
글로리아의 얼굴형에 잘 어울리는 데다 머리색이 피부색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글로리아에게 상사의 새 가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제야 글로리아는 동료들이 자신의 머리가 아닌 상사의 가발에 웃음을 터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곧바로 기분이 좋아졌고 자신의 새로운 머리 스타일이 다시 한 번 마음에 들었다. 이처럼 생각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상상의 대화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불안한 상상 속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음을 돌아보지 않으면 많은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마음챙김으로 생각을 바라보아야 한다.
생각의 힘을 인식하자: 우리는 생각으로 자신과 세상을 만든다. 이것은 인지심리학의 주요 개념이며 명상을 통해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대단한 존재’로 여기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완전한 바보’로 여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경험이 기대와 상당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따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자신의 기대에 따라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글로리아처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이 해석하는 대로 본다. 마치 그 해석이 사실인 것처럼 그 안에서 살아간다. 그 해석은 우리의 세상을 만들고 거울에 비친 자신에 대한 느낌을 좌우할 만큼 강력하다. 이것은 생각을 왜곡하는 기대와 공포, 욕구로 이루어진다. 얼마 전 “당신의 생각을 전부 믿지 마라!”라는 인상적인 문구가 들어간 범퍼 스티커를 본 적이 있다. 생각이 얼마나 교묘한지 깨닫게 해주는 충고다. 나는 수줍음이 심했을 때, 타인의 눈을 바라볼 때마다 그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와 상관없이 나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에 과감하게 도전해보자: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의 과장된 속임수를 그대로 믿는다. 특히 계속 반복되고 있다면 더 그렇다. 그런데 마음챙김의 태도는 생각을 가만히 관찰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생각이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줄여준다. 마음챙김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실제로 믿기 전에 먼저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내어준다. 영적 스승이자 『네 가지 질문』의 저자인 바이런 케이티는 생각을 다룰 때 도움이 되는 네 가지 질문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 그것이 진실인가? ② 당신은 그것이 진실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가? ③ 그 생각을 할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④ 그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누구인가?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과 마주해보면 실제 사실이 아닌 생각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생각은 수줍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수줍음의 자아도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자아에는 온갖 이름과 개념, 판단, 과거 경험에 대한 일반화, 상상의 미래에 대한 투영 등이 잔뜩 붙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경험의 일부일 뿐 당신 자체가 아니다.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또는 억지로 밀어내려고 하지 않고, 생각 밖으로 나가서 살펴보면 생각의 마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의식과 해석을 바라보고 탐구하는 자아는 생각에 휩쓸리지 않으므로,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만드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으면 더욱 자유롭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생각의 기차에 타지 말고 그저 바라만 보자: 대학생이었을 때 여자친구와 함께 모험을 떠났는데, 화물열차에 올라타 캘리포니아에서 아이다호까지 여행했다. 나는 그 여행에서 마음을 돌보는 것에 관한 몇 가지를 배웠다. 화물열차에 몰래 올라타려면 그냥 조차장으로 가서 빈 열차 칸에 올라타면 되는 것이 아니다. 순찰을 도는 경비원들에게 발각되면 곧바로 쫓겨나고 심하면 무단승차로 입건될 수도 있다. 화물열차에 몰래 타는 유일한 방법은 열차가 조차장을 출발해 천천히 속도를 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때 기차를 따라 옆으로 달리면서 빈칸을 살핀 다음 빗장을 붙잡고 휙 올라타야 한다.
생각의 기차도 이와 똑같다.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면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속도가 너무 빨라져 이도 저도 못 하고 유쾌하지 않은 생각과 함께 꼼짝없이 갇히는 일을 면하게 된다. 생각의 본질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생각의 기차에 함께 타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비결이다. 마음챙김의 관점으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수 있다. 생각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그래, 이건 케케묵은 ‘나는 바보로소이다’ 하는 생각이야.” 또는 “이 생각은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군.” “이 생각은 미래(또는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야” 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생각을 알아차리면, 생각의 기차에서 내리거나 아예 기차를 탈선시켜서, 몇 시간 또는 몇 년 동안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생각 곱씹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명상을 하다 보면 생각의 기차에 타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볼 수도 있다. 기차를 그저 바라보면서 덜거덕거리며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면 커다란 해방감이 찾아온다. 친숙한 기차가 몇 번씩 계속 나타나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이유는 어제, 그제 또 엊그제 했던 똑같은 생각이 대부분 반복되기 때문이다.
정서,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13세기 이슬람 신비주의자 잘랄 앗 딘 알루미의 시 ‘여인숙’에서는, 인간을 여인숙에, 감정을 여인숙을 찾아오는 방문객에 비교했다. 루미는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 모두 환영하고 맞아들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여인숙은 손님들이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정서도 마찬가지다. 정서는 영원하지 않으며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머물다 가는 손님이다. 기분이 하룻밤 정도 묵는 손님이라면, 정서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손님이다. 당신이 그것들을 만족시키거나 붙잡고 씨름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정서에 반응할 것인가, 대응할 것인가?: 인간은 정서를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정서에 반응(react)할 것인지 대응(respond)할 것인지는 선택에 달린 문제다. 불편한 정서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수줍음과 사회불안증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한다. 불편한 정서는 차단하고 회피하고 통제하려고 할수록 계속 당신을 찾아와 문제를 일으킨다. 지나가는 정서에 일일이 휘말린다면 끝없는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편한 정서에 주의를 기울여 분명하게 자각하고 수용하면, 절충안을 발견해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다. 불편한 정서를 자극하거나 휘둘리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해서 그것들을 수용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됨은 물론 복잡하고 어려운 대인관계를 효과적으로 헤쳐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제 정서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자: 생각을 다루던 기술과 관점은 정서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사고와 정서는 긴밀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다루었던 것처럼, 불편한 정서를 느끼고, 인정하고, 그대로 내버려두라. 마음속에서 지켜볼 공간을 찾으면, 불안을 밀어내거나 그것에 압도당하지 않고 연민의 태도로 불안을 바라볼 수 있다.
외면하지 말고 직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항하면 오히려 벗어날 수 없다: 생각하고 싶지 않거나 느끼고 싶지 않은 것들을 피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약물, 알코올, 일, 쇼핑, 가상현실 속 모험 등으로 차단하거나 저항하거나 통제하거나 피할 수 있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또는 머릿속 환상의 세계로 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회피하려고 해도 결과는 똑같다. 피하려고 할수록 더욱 얽매일 뿐이다. 무언가를 피하려고 할수록 공포는 현실이 되고 더욱 커질 뿐이다.
마음챙김의 알아차림이 성장해갈수록 당신은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감정을 억누르거나 피하려고 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또한 원하지 않는 생각들이 계속 떠오르고 그것을 피하려고 할수록 얽매여버린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마음챙김 명상의 가장 큰 가치가 여기에 있다. 불쾌한 것들을 피하려고만 하는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회피의 함정은 부정적 정서가 주는 불편함을 경험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결국은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떨쳐버리려고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한다. 마치 모래 늪과 비슷하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깊이 빠져든다. 오히려 진정하고 편안하게 누우면 (하고 싶은 행동과는 정반대로!) 모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포도 마찬가지다.
근본적 수용이 기적을 부른다: 카약 전문가인 월트는 몇 해 전 카약을 타러 나갔다. 심한 폭풍우가 몰아친 직후여서 폭포를 건너기가 생각보다 훨씬 위험했다. 월트는 폭포 아랫부분에 갇혀버렸다. 래프팅하는 사람들이 ‘키퍼 홀(keeper hole)’이라고 부르는 곳, 무엇이든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 위험한 물살이었다. 월트는 노를 저었지만 빠져나갈 수 없었다. 결국은 카약을 던져버리고 헤엄쳐서 나가려고 했지만, 키퍼 홀은 월트를 놓아주지 않았다. 월트는 체온이 점점 떨어지고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절박한 나머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수면 쪽으로 헤엄치면서 힘껏 공기를 들이마신 뒤 가장 깊고 차갑고 캄캄하고 무서운 깊이의 물살로 뛰어내렸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몇 초 후 월트는 마침내 키퍼 홀에서 벗어나 약 6미터 떨어진 수면으로 나갈 수 있었다. 월트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바로 근본적 수용이었다. 월트는 가장 두려운 것을 향해 뛰어들었다. 마찬가지로 힘겨운 생각과 정서에 다가가 거기에 머무르게 되면, 당신의 삶을 바꾸고 심지어 구할 수도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마음챙김은 대인관계를 풍요롭게 한다
대인관계에서도 마음챙김은 매우 효과적이다
대인관계에서 마음챙김이 중요한 이유: 대인관계에서 마음챙김을 하는 이유는,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을 판단하거나 헛되게 애쓰지 않으면서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그저 그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고, 바라볼 때는 그저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상대방이 보내는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바로 이 순간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과 감정, 감각과 무관한 것들이 이 순간으로 들어와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정신이 흐트러질 때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몇 사람이 모여 앉아 어디로 휴가를 떠나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있고, 아직 당신만 말하지 않았다고 해보자.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중이지만 곧 누군가 당신에게도 물어볼 것이다. 당신은 디즈니월드로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유럽이나 카리브해에 가고 싶다고 말한 사람들과 비교하니 바보처럼 느껴진다. 의심스러운 생각과 감정에 몰두하느라 사람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불안이 몰려오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너무도 익숙한 회피충동이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까지 길러온 마음챙김의 알아차림 덕분에 의식이 대화를 떠나 공포체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마음챙김 기술을 직접 활용해볼 순간이다. 불안한 생각과 감각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라. 그런 다음 배로 호흡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라. 불안한 생각과 감각은 그대로 내버려두고 다시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여라. 지금 이 순간에 다시 집중하면 사람들의 비판을 마주하지 않고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소망을 이야기하는 그들에게 생기가 느껴진다. 당신은 그저 듣고 그 생기를 즐기면 된다. 그러면 마음이 점차 진정되기 시작하고, 명상을 통해 발견한 마음속의 고요한 장소와 다시 이어진다.
이것은 대인관계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연민을 베푸는 일이다. 이렇게 먼저 자신에게 관심과 연민을 베푼 다음, 타인에게도 똑같이 하라. 이것은 감정을 참거나 억누르거나 싫은데도 억지로 견디는 것과는 다르다. 고통이 느껴질 때까지 몸을 스트레칭하는 요가의 지혜를 기억하는가? 고통의 언저리에서 도망치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팽팽한 근육이 저절로 이완된다. 대인관계에 따른 가장 괴로운 요소도 똑같은 방법으로 진정시킬 수 있다. 일부러 불안과 두려움의 가장자리로 다가가 머물러라. 그러면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이 서서히 새롭게 바뀐다.
이렇게 힘겨운 감정과 친구가 되면 타인의 힘겨운 감정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 당신과 타인이 느끼는 감정이 근본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으로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발견하면 마음의 감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극복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연민이 솟아난다. 당신은 마음챙김을 통해 대인관계에서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고 멈출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타인을 대할 때 마음챙김을 하면, 당신은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물론 힘들겠지만 보람도 있을 것이다. 고통에 새롭게 대처하고 타인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연민을 느끼게 된다.
<"더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아"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스티브 플라워즈 지음,역자 정지현님,소울메이트 >
저자 스티브 플라워즈
미국의 저명한 심리치료사이자 부부 및 가족문제 상담전문가(MFT)로서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치코에 있는 인로메디컬센터 산하 ‘마음챙김을 토대로 한 스트레스 감소 클리닉’의 설립자이자 디렉터다. 사회적 두려움과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마음챙김을 통한 수줍음 극복 8주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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