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다른 사람의 의지나 바람에 맞춰주느라 자기 스타일을 포기해야 한다면, 보기에는 ‘사소한’일들이 결국 위험한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당신은 직장에서 더 이상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집에서도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허무함이 밀려들고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는가 하면 최악의 경우에는 병들고 만다. 심한 경우 당신은 스스로를 부인하고, 분노와 상처, 실망을 떨쳐버리지 못하며, 자신이 정말로 생각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진짜 나’를 ‘친절함’이라는 가면 뒤에 숨기는 것이다.
1970년대 사람들은 ‘자아를 실현시키는 일’을 인격성장을 위해 꼭 이루어야 할 목표라고 생각했다. ‘자기중심은 자아실현과 많은 관련이 있고, 구체적으로 삶을 제3자의 감독 없이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전제조건’이라는 점이 뚜렷해진다. 자기를 중심에 둔 사람만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에이브람 매슬로는 자아실현을 ‘인간의 자기충족에 대한 욕망’이라고 해석했다. 매슬로에 따르면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남에게 덜 순응하고, 덜 설득당하고, 덜 변형된’ 집단이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배려하거나 희생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쇼펜하우어는 ‘이기주의란 한 인간이 오직 자신만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본인의 실존과 번영을 다른 사람들보다 우선순위에 놓고 고려하는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주의자는 이런 목적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킬 준비가 돼 있다.
카를 구스타프 융도 사람들이 자기가 되고자 구상했던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자아실현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융은 이와 관련해 ‘개성화’라는 개념을 이야기 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자아실현을 이루고, 가능한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겸허한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의견을 내세우고, 자신이 이루려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정진하고, 다른 사람의 기대와 규칙에서 벗어나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이 요구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사람, 자기중심적으로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은 비타협주의자다. 다르게 표현하면 사실 매우 불편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아웃사이더와 훼방꾼으로 비춰지는 일을 감수해야하므로,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들고 남의 눈에도 불편한 존재가 되곤 한다. 하지만 나를 중심에 놓은 삶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충분하다.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지 않고, 스스로 결정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정신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자기중심의 덕이다. 자기중심 없이는 탄력적 사고와 행동방식을 발전시키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으로 향하는 길은 자기중심에서 시작한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은 낙관주의자다. 이들은 어려움을 언젠가 반드시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위기를 넘기려하고, 무언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하면 불만이 잠재되고, 억눌린 분노, 피곤함 같은 큰 대가가 따른다. 요즘 시대의 병인 번 아웃은 대부분 선을 긋지 못하는 사람에게 발생한다. 따라서 ‘아니요’라는 말을 다시 발견하고 쓸 줄 알아야만 한다. 당신은 자신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상처와 방해받지 않기 위해 “아니요”라고 말해야 한다.
“집에 스마트폰을 두고 왔다고 상상해보세요.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가실 건가요?” 2014년 미국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2000가구는 다음과 같이 질문에 답했다. 세 명 중 한 명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에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즉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휴대전화에 중독됐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은 모습이다.
디지털 디톡스(detox)라는 단어는 새로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됐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현실 세계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최고의 방법은 매일 일정량의 디지털 디톡스를 계획표에 넣는 것이다. 매일 30분 동안 메일을 확인하지 않거나 보내지 않고, 전화와 인터넷 사용도 참는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디지털 디톡스를 하다보면 습관이 되고 이를 통해 힘센 시간 도둑은 무력해진다.
독일의 질병통제기관인RKI의 발표에 의하면 독일인의 4분의1이 수면 장애에 시달린다고 한다. 언론인 브리짓 슐트가 그리는 다음 그림에서 자기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 내 삶 속에서 ‘뿔뿔이 흩어지고, 분산되고, 피곤하다’고 느낍니다. 나는 항상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는데, 정말 제대로 되는 것은 한 가지도 없죠. 절뚝거리면서 겨우 뒤를 쫓아가면서 항상 늦습니다. 아침마다 집을 나오기 전에 이런저런 일을 얼른 처리해놓으려고 마음먹기 때문이죠.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총알처럼 빨라 지나가요. 그런데 해결하고 나면 막상 무슨 일을 했는데, 그 일이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 아이가 생긴 뒤로는 단 하루도 규칙적으로 지나간 날이 없었어요.”
“조롱거리가 될 것을 더 이상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자기가 먼저 미소 짓고, 다른 사람도 새로운 길을 따를 수 있도록 더 빠르게 동기를 부여합니다. 우리 모두가 괴짜가 될 필요는 없지만 약간만 다르게 살아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다루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할 수 있다’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둘째, 한 가지 일을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자. 셋째,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 넷째. 위기에만 시선을 고정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비극에서조차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죽음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언어치료의 창시자 빅토르 프랑클에 의하면 ‘의미에 이르는 세 가지 주요 도로’가 있다. ① 자연이나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다. 이들이 단 한 번만 존재하는 유일한 존재임을 날마다 인식하고, 자신의 생에 남아 있는 모든 날을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② 어떤 일에 완전히 몰두하여 기쁨과 창의성을 담아 해낼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인생을 산다고 할 수 있다. ③ 어떤 것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비극에서조차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자기화해’에서 P274중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우르술라 누버지음,손희주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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