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산을 보고 서시면
고요한 산 얼굴
구름되어 가시는
걸음걸이
엉기신 바위 틈을
빠져나온 여울같이 그분은
잔잔히 앞만 보고 가신다.
한산 생모시의 하얀 적삼을
뜰에 벗어 두시면
나무 그늘 지나듯
세월이 내려와
거두어 입고 가리라.
∎ 김선영(1938~ )개성에서 태어남. 수도여사대 국문과 졸업<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사가>,<허무의 신발가게>등이 있다.
가을의 동화(童話)
호수는 커다란 비취
물 담은 하늘
산산한 바람은
호젓한 나뭇잎에 머물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 호수로 불어 온다.
아른거리는 물무늬
나는 한 마리의 잠자리가 된다.
나래에 가을을 싣고 맴돌다.
호숫가에 있으면
문득 고향
고향은 가을의 동화를
가만가만 내게 들려 준다.
[작품 감상] 김용호(1912~1937). 경남 마산 생. 메이지대 전문부 법과 졸업. 단국대 문리대학장 역임. 명예문학박사. 가을 날, 맑고 고요한 호숫가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잠자리처럼 호숫가에 앉아 고향 생각에 잠겨 쓴 시이다. 가을 호수와 잠자리가 소재이며, 주제는 ‘고향에 대한 옛 추억과 향수’이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가을에는
겨울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가 된 게집애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런,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자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잎이 무성할 거외다.
[작품 감상] 1941년 11월에 윤동주(1917~1945)시인이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의 회상과 조국의 광복을 염원한 시다. 여기서 ‘어머니’는 조국으로 봐도 무방하다. 나라 잃은 조국의 비애가 잘 나타나 있다. 주제는 아름다운 이상에의 동경과 조국 광복에의 염원이다.
밤
밤, 깊은 밤 바람이 뒤설레며
문풍지가 운다.
방, 텅 비인 방 안에는
등잔불 기름 조는 소리뿐⦁⦁⦁⦁⦁⦁.
쥐가 천장을 모조리 써는데
어둠은 아직도 창 밖을 지키고
내 마음은 무거운 근심에 짓눌려
깊이 모를 연못 속에서 자맥질한다.
아아, 기나긴 겨울밤에
가늘게 떨며 흐느끼는
고달픈 영혼의 울음소리⦁⦁⦁⦁⦁⦁.
별 없는 하늘 밑에 들어 줄 사람 없구나.
∎ 심훈(1901~1936) 서울 생. 소설가. 영화인. 조선, 중앙, 경성방송 기자 생활을 하며 시와 소설 발표. 장편 <상록수>, 수필<그날이 오면>.
낙엽
임 가신
저문 뜰에
아껴 듣는 푸른 꿈들
잎잎이
한을 얽어
이 밤 한결 차가우니
쫓기듯
떠난 이들의
엷은 옷이 두렵네.
∎ 이호우(1912~1970). 경북 청도 생. 여류 시조시인 이영도의 친오빠. <달밤>,<문장>에 추천. <이호우 시조집>등.
[작품 감상] 낙엽을 통하여 우주를 보고 있다. 시인의 애조는 내재화된 정한(情恨)으로 표상화되어 있다. ‘전쟁’ ‘이별’ ‘타향살이’가 낙엽에 그대로 실려 있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 김현승(1913~1975) 기독교적 주지시인. 지적이고 건강한 생리를 지닌 시풍. 시집<김현승 시초><옹호자의 노래>,<절대 고독>등.* <‘한국명시의 해설과 감상’에서 일부 발췌, 도서 출판 범한>
농원의 알밤들, 긴 장마에 유일하게 튼실히 결실을 맺은 수확물이다!
꽃무릇
꽃무릇필 때는 제비호랑나비가 꼭 잊지않고 개화를 축하해준다!
물봉선화에는 항상 벌나비가 벚이 되어준다!
물봉선화
파도가 심한 날 진하해수욕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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