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공허와 불안을 자극하라.
완벽하게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은 유혹이 불가능하다. 유혹이 성사되려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긴장과 부조화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불만의 감정을 고조시켜라.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가면을 쓴다. 남들 앞에서 우리는 실제보다 훨씬 더 자신만만한 척한다.
우리는 속으로 끊임없는 회의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자아와 성격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나약하다. 즉,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공허감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유혹자는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100퍼센트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항상 유혹에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사랑이 성립되려면 상대도 똑같이 결핍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에로스가 쏜 화살에 맞는 사람은 그 순간부터 결핍과 고통, 굶주림을 느끼게 된다.
에로스처럼 유혹자는 상대의 아픈 곳을 찔러 생채기를 내야 한다. 일단 상대가 덫에 걸려들었다고 판단되면, 은연중에 상대의 상처를 파고들어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불안을 느낄 때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는 경향이 있다.
뭔가 결여되어 있다는 불안감이야말로 욕망의 전제조건이다. 상대가 일단 이런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유혹은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 틈을 노려 자신의 존재를 은근히 부각시키면서 모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상대는 저절로 끌려오게 되어 있다. 불안과 상실감이 없고서는 유혹은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은 뭔가 색다른 것을 좋아한다. 유혹자로 성공하려면 남다른 분위기. 마치 저 먼 세계에서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재미가 없는 것은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러면서 자신이 태어난 마을과 무뚝뚝한 주위 사람들을 탓한다. 상대가 일단 이국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 유혹은 쉽게 진행된다.
잃어버린 꿈과 젊음을 자극하라.
유혹자가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요소는 희생자의 과거다.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어린 시절의 꿈과 타협해야 한다. 어렸을 때와는 달리 기분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게 마련이고, 그럴수록 삶은 점차 활기를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뭔가 아쉬움을 안고 살아간다.
유혹자는 사람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런 아쉬움을 수면 위로 끌어내 자신들이 과거의 꿈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나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상대가 잃어버린 꿈과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상대는 자연히 끌려오게 마련이다.
기업가나 정치가들은 자신들이 팔고자하는 물건을 사람들이 사게 하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만들려면 먼저 대중의 욕구와 불만을 일깨워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상대가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한 다음, 도움의 손길을 내밀라. 개인이든 잡단이든, 뭔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면 유혹은 성립될 수 없다.
196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온 존F. 케네디의 선거 전략 가운데 하나는 미국인들로 하여금 1950년대에 비해 불만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미국은 1950년대에 들어 경제적으로 안정을 누리며 초강국으로 부상했지만, 그는 이런 사실들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획일화와 모험정신의 결여, 개척자 정신의 상실을 이 시기의 특징으로 꼽았다. 케네디에게 표를 던진 것은 곧 집단적인 모험에 나서는 것이자, 미국인들이 예전에 포기한 꿈을 되찾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케네디의 십자군 원정에 합류하려면, 먼저 자신들이 무엇을 얼마나 많이 잃어버렸는지, 어떤 것을 놓치고 있는지부터 인식해야 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집단도 원래의 목표를 잃고 일상에 매몰될 수 있다. 따라서 집단적인 불안 심리를 자극할 경우, 다시 말해 모든 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줄 경우, 국가 전체를 유혹할 수 있다. 현재에 불만을 고조시켜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회의를 품게 된다. 그런 다음 그들의 정체성을 다시 규정하게 해준다면 엄청난 유혹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반전
상대의 자긍심을 지나치게 훼손할 경우, 너무 불안한 나머지 유혹의 미끼를 물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너무 고압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상처를 준 다음에는 부드럽게 댈래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밀어붙일 경우, 상대와의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유혹의 과정에서 매력은 미묘하고도 효과적인 힘을 발휘한다. 교묘하고 영리하게 분위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다면, 확고한 우정을 쌓으면서 상대의 방어 본능을 잠재우는 것도 유혹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상대가 주문에 걸려들면, 그때 가서 상대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면 된다.
어떤 방법을 쓸지는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불안감이 큰 사람일수록 부드러운 변화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성급하게 화살을 날리기 전에 상대가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인간 관계의 법칙’ P318 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로버트 그린지음, 강미경님 옮김,웅진지식하우스출판>
* 로버트 그린 : <권력의 법칙>,<전쟁의 기술>,<유혹의 기술>3부작으로 전세계 리더의 독자들에게 지혜를 전파한 권력술의 멘토다. 3부작은 2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고전학을 전공했다. <에스코이어> 들의 잡지를 편집하고 할리우드에서 스토리작가로 일했으며,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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